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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말놀이를 형식화하기

sleepy_wug 2022. 7. 8. 13:25

0. 요약 및 개요

이 글의 목적은 형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한국어의 말놀이(말장난)를 기술(describe)하거나, 혹은 선행연구에서 기술된 것들을 한곳에 모으는 것입니다.
말놀이나 '구전 동요' 등 교육체계에서 가르치지 않는데도 화자들 사이에서 특히 속어적으로 통용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교육이나 규범주의의 손길이 닿지 않은 한국어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구전 동요는 한국어 고유의 운율구조(prosodic structure) 등 거시적(?) 음운단위의 단면을 보여주기에 흥미롭지만, 저의 관심은 좀더 미시적인 단위를 보여주는 말놀이 쪽에 있습니다. 구전 동요는 그 곡 하나로 끝이지만, 말놀이는 충분히 생산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의 전공은 운율구조보다는 더 미시적인 단위들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 분명 언젠가 제가 쓸 일이 있을 것 같고
  • 분명 다른 사람도 어딘가 이런 자료가 모여져 있으면 쓸 수 있으니 좋을 것 같고
  • 무엇보다 재밌어서

이러한 이유로 본 포스팅을 합니다.ㅋㅋㅋ

 

1. 도깨비말/귀신말

도깨비말/귀신말은 한국어의 음절을 초성-라임(onset-rime) 단위로 나누어 사이에 ㅂ이나 ㅅ 등 자음을 집어넣는 형태의 말놀이입니다.
"도-깨-비"라는 단어가 있다고 했을 때 "-깨-비비" 식으로 원래있던 음절을 복제하고 복제된 음절의 초성을 ㅂ으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ㅂ대신 ㅅ을 사용하는 경우 귀신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창작동화 도깨비말을 엿들은 아우

 

1.1 Sohn (1987: 108)[각주:1] 링크

단모음
a. 파도 파바도보
b. 허공 허버고봉
c. 잠실 자밤시빌
이중모음
d. 웨딩 웨붸디빙
e. 권세 궈붠세베
f. 야구 야뱌구부
g. 좌석 좌봐서벅

 

Sohn (1987)에서 도깨비말이 인용되는 부분은 한국어 음절구조에서 이중모음이 가지는 지위에 대한 논증의 일부입니다. 이중모음이 단모음과 마찬가지로 '통째로' 복제된다는 사실은, 이중모음이 음운론적으로 복잡한 내부구조를 가지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활음+핵모음 의 구조는 음성학적일 따름이지 음운론적으로는 하나의 단위로 취급된다는 뜻입니다.
다시말해서 "웨디빙"이고 "웨디빙"이 아니라는 사실은 한국어 이중모음의 구조에 대한 논증에서 결정적입니다.
그런데 사실 정말 "웨붸디빙"이나 "좌봐서벅" 이라고 발음되는가에 대해 저는 회의적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도깨비말 방언(?) 역시 웨딩을 "웨디빙"으로 발음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것은 세대에 따른 방언차이일 수도 있고 아니면 ㅂ뒤에 [w]가 이어질 때 [w]이 탈락되는 독립적인 이유, 즉 OCP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w]탈락과 OCP에 대해서는 앞서 이 포스팅 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OCP 효과를 보정하려면 ㅅ이 들어간 귀신말을 채록해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 개인 방언(idiolect)에서는 여전히 이중모음 중 핵모음만 복사합니다. 즉,
웨세디빙(<웨딩), 궈선세세(<권세), 좌사서석(<좌석)
으로 발음됩니다.

 

1.2 김주관 (2011)[각주:2] 논문링크


p. 14-16 에서 인용
형식1 (빈번 형태): (C1)V1(C2) → (C1)V1-C3V1-(C2) // C3은 ㅂ 혹은 ㅅ

단어 ㅂ을 사용한 경우 ㅅ을 사용한 경우
대한민국 대배하반미빈구북 대새하산미신구숙
학교 하박교뵤 하삭교쇼
귀신말 귀뷔시빈마발 귀쉬시신마살

원래의 문장: 나는 학교에 간다.
‘ㅂ'을 사용한 경우: 나바느븐 하박교뵤에베 가반다바.
‘ㅅ'을 사용한 경우: 나사느슨 하삭교쇼에세 가산다사.

형식2 (드문 형태): (C1)V1(C2) → (C1)V1(C2)-C3V1(C2) // C3은 ㅂ 혹은 ㅅ

단어 ㅂ을 사용한 경우 ㅅ을 사용한 경우
대한민국 대배한반민빈국북 대새한산민신국숙
학교 학박교뵤 학삭교쇼
귀신말 귀뷔신빈말발 귀쉬신신말살

원래의 문장: 나는 학교에 간다.
‘ㅂ'을 사용한 경우: 나바는븐 학박교뵤에베 간반다바.
‘ㅅ'을 사용한 경우: 나사는슨 학삭교쇼에세 간산다사.

형식3 (강릉 50대 1명): (C1)V1(C2) → (C1)V1(C2)-나사-(C2) // 단, 어절의 마지막 음절은 적용하지 않음

단어 '-나사'를 사용한 경우
대한민국 대나사하나산미나산국
학교 하나삭교
대한민국은 대나사하나산미나산구나삭은
학교에 하나삭교나사에

원래의 문장: 나는 학교에 간다.
‘ㅅ'을 사용한 경우: 나나사는 하나삭교나사에 가나산다.


문화인류학 논문입니다. 서울, 부산, 대전, 강릉 출신의 다양한 연령대의 제보자들을 대상으로 '귀신말'에 대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즉 형식보다는 사용하는 이유나 언제 누구한테 배웠느냐 등이 중심인 질적연구 논문입니다. 논문에서 보고하고 있는 제보자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서울 부산 대전 강릉
20대 1   2  
30대 2 2 3 1
40대 1 2 1 1
50대       2



언어학적인 논의가 중심이라기보다는 문화인류학적 관점이 초점이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를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이 논문에서도 이중모음이 그대로 복제되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음성데이터를 수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연 실제로도 이중모음이 그대로 복제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한 형식3의 경우는, 음절은 물론 어절 단위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더 흥미롭습니다. '-것', '이-', '그-', '저-' 등, 형태통사적으로는 개별단어지만 음운론적으로는 인접단위랑 같이 묶이는 경우에는 과연 어떻게 도깨비말로 번역(?)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예를들어 "이 사람은 엉뚱하다" 라는 표현을 '-나사' 도깨비말로 바꿀 때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을 것입니다.

가능성1: " 나사나사..."
가능성2: "나사나사나사..."

 

또한 이 논문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지는데, 그 질문은 "왜 삽입자음으로 'ㅅ'이나 'ㅂ'이 선택되는가?" 입니다. 저자는 답을 내리지 않으나 제보자들에 따르면 "자신들의 생각에 ‘ㅅ'이나 ‘ㅂ'을 삽입하였을 때 가장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어서 "실제로 자음 빈도수에 대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ㅅ와 ㅂ은 발생빈도가 현저하지 않다"고 보고합니다. 초성에서의 빈도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체 출현빈도를 말하는 것인지는 적지 않았습니다.

 

2. 거꾸로 말해요

 

2.1 강창석 (1984: 199) 국어의 음절구조와 음운현상 (p.199)

'산토끼' 노래를 '끼토산 야끼토 를디어...' 식으로 거꾸로 부를 수 있는 것도 국어의 음절경계가 분명히 인식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3. '한국인만 알아보는 후기'

요즘 외국 숙소에 한국어 후기를 쓰거나 해외 컨텐츠에 한국어 댓글을 달 때 번역기가 못알아먹게 한글을 쓰는 사례가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으로 예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소통 방식에 대한 형식적인 분석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자음을 교체한다고 했을 때, 바퀴벌레를 "빠뀌뻘레"로 교체할 수는 있지만 "마퀴멀네"로 교체하지는 않습니다. 위의 사례는 단순히 Shift키를 누른 채 글을 작성한 것에 불과하지만 더 복잡한 사례들에서도 분명 변경되는 자질과 변경되지 않는 자질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분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참고로 중국어도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화싱원(火星文)이라고 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의 기사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Quarz 기사]

  1. Sohn, Hyang-sook. 1987. Underspecification in Korean phonology, (PhD dissertation)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본문으로]
  2. 김주관. 2011. 귀신말 또는 한국어의 피그 라틴(Pig Latin). 비교문화연구, 17(1), 5-3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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