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트 자랑하는 아주 가벼운 글입니다. Brill 폰트가 좋아요.
문자를 이용해서 언어를 기록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전통이다. 많은 언어가 자기 언어에 특화된 문자체계를 가지고 있다. 모든 언어에 맞춤인 문자체계는 없고, 관념적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여러 언어를 한곳에서 다루어야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언어학에서는 여러 언어들을 예시로 든다.
영어권에서는 개별언어 데이터를 제시할 때는 3가지 trans를 한다. transliteration, transcription, translation 이다.
'책상'을 예로 들자면
- transliteration: chayksang
- transcription: [tɕʰɛks*ɑŋ]
- tanslation: desk
흥미롭게도, 개별 대상언어에 따라서 원래 그 언어의 철자표기를 같이 써주느냐 아니냐가 다소 다른 것같다. 물론 무슨 원칙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철저히 스타일의 문제다.
유형1 라틴 알파벳 기반의 서유럽 언어들 (영어/프랑스어/독일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 해당 문자의 철자표기를 그냥 그대로 쓰고 transliterate하지 않는다.
사실 transliterate하지 않는다라기보다는 할 필요가 없다 라는 생각인 듯하다. 당연히 읽을 수 있을 것 (혹은 읽을 수 있어야 한다)이라는 전제가 작동한다.
옛날에는 언어학과에서 '현대언어 자격시험'(영어/프랑스어/독일어)이 있었다고 한다. 언어학과의 정체성일 수도 있는데, 히브리어/헬라어/라틴어 등 죽은 언어들을 다루는 기존의 '서지학'과의 구별을 위해 현대언어 시험을 졸업자격으로 넣었다고 한다. 없어진지 두 세대는 지났을텐데도 암암리에 읽을 줄 알 것이라고 전제되는 언어들이 유형1인 것같다.
자격시험 있던 시절 공부했던 이야기를 들으면, 그땐 참 불공평한 시절이었 던 것같다. 또 얼마나 서유럽중심적인지 모르겠다. 딱히 영국/프랑스 전통같지도 않다. 심지어 헝가리, 크로아티아/보스니아/세르비아 출신 연구자 분 중에서도 영어/프랑스어/독일어 독해 공부해야했던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심지어 고등학교에선 라틴어를 공부했었다고. 근데 또 생각해보면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한문 배우는 것이랑 비슷하려나?
예시:

"다른부분 굳이 전사해야 함? 어짜피 뭔지 알잖아?" 라는 지독한 전제가 작동한 예시 표현 방식이다.
유형2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해당 언어의 철자표기를 아예 안 쓰고 transliterate한다.
어짜피 철자를 써봤자 '장식'일 뿐이고 아무도 읽을 수 없다는 걸 전제하는 것같다. 그렇다면 철자를 굳이 쓰는 게 오리엔탈리즘 (문자가 꼬불꼬불 예쁘지? 이런 심산으로 쓰는 것) 내지는 appropriation으로 여겨지는 듯하다. 셈어족(아랍어/히브리어/페르시아어) 언어 역시 그렇다.
예시:

(아무리 한글을 생략한대도 gloss를 생략할 수는 없다.)
유형3: 유형2처럼 사실 대부분 못 읽을 것이 뻔한데도 모국어 화자들의 표기체계를 꼭 써주는 경우
원주민언어 등 연구가 덜된(understudied) 언어다. 유형2의 경우는 "한국어는 한글을 쓴다, 중국어는 한자를 쓴다 ..." 정도는 상식이라서 굳이 한글이나 한자가 존재하는데 그걸 생략하고 transliterate했다는 걸 안다. 그러나 유형3에 속하는 언어들은 의식적으로라도 "이 언어에는 고유의 문자가 있음"을 어필하기 위함인 것같다.
키릴문자의 경우가 딱 애매하다. 사실 유형1처럼 '암암리에 읽을 줄은 알 것'이 기대되는 것같기도 하다. 아마 음운론이 더 그런 듯하다. 흙장난을 하면 손에 흙이 묻고 손톱에 흙이 끼듯이, 이론언어학자들은 이래저리 여러 언어를 주어듣는다. 음운론 연구자들은 표기체계에도 약간 관심이 있고 (또 저마다의 의견도 있고) 하므로 대부분 키릴문자를 떠뜸떠뜸 읽을 줄은 안다.
그리고 러시아어 같은 대표언어들은 유형3와 같아서 transliterate한다고 해서 고유문자체계가 없다고 생각할 사람도 없다. 물론 연구가 덜된 언어들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어떻게하나 좀 보았는데, 유형2에 집어넣는 것같다. 즉 키릴문자 안쓰고 전사만 해서 데이터를 제시한다.
그러나 내가 굳이 그걸 따라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학위논문 작성이라는 과정의 좋은 점은 뭔가. 어떠어떠한 제약만 어기지 않는다면 내 맘대로 스타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내가 논문 스타일에 Brill을 폰트로 일찍이 고집한 것도 비슷한 이유인데,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폰트고, 논문 작성에 써보고 싶어서였다. Brill은 키릴문자를 지원한다.

프랑스어, 한국어(IPA) 그리고 러시아어의 세계인권선언이다.
(한국어를 IPA로 변환하는 방법은?[링크])
Convert Korean orthography into IPA transcriptions
Use 'Hangul to IPA' with the interface below하단 인터페이스를 통해 'Hangul to IPA'를 이용해봐요 See [readme] for more information. Scroll down a bit, and you'll find a cool web interface that converts your '한글' input into IPA [hɑŋɡ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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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여러 표기체계를 병립시켜놓아도 개 깔끔하다. Brill 폰트는 깔끔하다. 막 튀는 문자가 없다. 이 깔끔한 폰트의 feature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폰트와 스타일의 문제
0. 요약내용과는 하등 관련없는 '틀'에 집착하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형식주의 이론언어학(특히 음운론)이 '틀'(형식)에 대한 공부이기 때문에 집착을 더 하게되는 것 같습니다. 결론은,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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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와 스타일의 문제 (다시)
새로 포스팅을 하나 했는데 '공개'를 누른 후 보니 IPA 기호가 저따위로 나와서 충격과 공포. 저건 분명 Arial 폰트가 아니다. 왜냐면 Arial 폰트는 아래와 같이 [ɪ] 기호 위 아래에 작은 가로선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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