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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무성연구개음의 깡총 비음화(Saltation)

sleepy_wug 2025. 6. 12. 06:35

0. 요약 

2025년 Manchester Phonology Meeting에서 흥미롭게 들었던 Canaan Breiss의 발표를 정리합니다. 비균일(non-uniformity)적 규칙 건너뛰기(saltation)에 관한 발표였습니다. 어휘출현빈도에 따라 규칙 건너뛰기 양상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관찰입니다.

 

 

목차

    1. Non-uniformity

    내 연구주제 탓에 비균일(non-uniformity) 같은 키워드만 보면 정신을 못차리겠다. 

    전통적으로 언어규칙은 조건이 만족되면 무조건균일하게 적용된다. 영어에서 3인칭단수 주어면 동사를 일치시켜 -s를 붙인다거나 한국어에서 ㅈ,ㅊ,ㅉ 뒤에 나오는 모음은 반드시 [j]로 시작하는 모음이어야 한다는 등.

    그런데 규칙이 비균일적으로 적용되는 현상이 있다. Kie Zuraw의 개념 "Patterned Exceptions in Phonology"가 딱 맞다. 규칙 적용에 예외가 있는데 이 예외 자체가 어떤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영어에서 명사 복수형 만들 땐 -s 붙이는데 swine, deer, fish는 안 붙인다. 예외인데 패턴이 있다. 전통적으로 사냥하는 동물 이름(game animal)들이다. 이런 것처럼 ㄹ-경음화도 '발정'[발쩡], '불도'[불또] 이렇게 적용되지만 똑같은 ㄹ뒤 치경음 환경이더라도 '노스텔지어'*[노스텔찌어], '불도저'*[불또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비균일적이라 함은 불규칙이랑은 전혀 다른 양상이다. 불규칙은 얼추 자유변이(free variation)을 의도하여 쓰는 말이다. 이런거다. 한국어에서 "먹다"의 주체를 높이려면 동사를 "드시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잡수시다"라고도 할 수 있다. "선생님께서 진지를 드셨다"라고 하든지 "선생님께서 진지를 잡수셨다"라고 하든지 둘다 문법적이다. 

    이론적인 설명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는데, 대표적으로 'co-phonology'와 'indexed rule/constraint' 이렇게 두 가지 접근법으로 나뉜다. 전자는 한 언어에 균일한 규칙/제약들로 구성된 음운론 시스템이 여럿 있고 어떤 시스템에서 도출할건지를 시스템 외부 GM(?)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다중우주인데 뭔가 초월적 존재가 어느 우주로 갈지 결정해주는 것이랑 비슷하다. 두번째 접근법은 규칙이나 제약에 이름표가 붙어있고, 어휘에도 이름표가 붙어있어서 두 이름표가 일치하는 경우에만 규칙/제약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다. 공항에 가면 입국장에 크게 이름 패널을 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규칙이나 제약이 이런 '현지 코디네이터' 같은 거고, 어휘는 입국장 밖으로 나오면서 자기 이름 찾아서 따라가는 모습을 생각하면 좋다.

     

    2. Saltatory alternation in Yamanote

    Saltatory alternation은 논리적으로 (혹은 음성학적으로) /A/ → [B] 이고 /B/ → [C] 로 되는데, 현실상에서는 [B]를 건너뛰어서(saltation) [A]~[C] ([A]와 [C] 사이의 교체)만 관찰되는 경우다.

     

    뜬구름 잡는 소리니 Breiss가 연구하는 일본어 Saltatory alternation 데이터로 곧장 넘어가보자. 두 가지 독립적 사실이 있다. 유성연구개음 비음화와 렌다쿠다.

     

    2.1 가끔 유성연구개음 비음화

    일본어의 야마노테 방언(山の手言葉)에서는 유성연구개음이 어중에서 가끔 비음화된다. (non-uniformity)[각주:1]
    /ɡ/ → [ŋ]

    예를들어,

    "독나방"은 독(どく, doku)과 나방(が, ga)의 합성어인데,
    (1) /doku + ɡa/ → [dokuŋa] ~ [dokuɡa]

    이렇게 변이형으로 나타난다.

     

    물론 비음화가 강제되는 어휘도 있다. 독(どく, doku)과 이빨(が, ga)를 합성하면 반드시 비음화를 적용해야 한다.
    (2) /doku + ɡa/ → [dokuŋa] *[dokuɡa]

    (예시출처: Breiss et al 2022[각주:2])

     

    그런데 중요한 것은 명사합성에서 /doku + ɡa/ → [dokuɡa] 처럼 비음화 안 적용되는 형태가 가능하다는 것.

     

    2.2 렌다쿠(연탁)

    일본어는 렌다쿠(연탁, 連濁) 현상이 있는데, 두 명사 N1, N2가 합성될 때 N2의 첫 자음이 무성음이면 유성음으로 바뀐다. 따라서, 이게 가능하다.
    /k/ → [ɡ]

     

    자 그럼 이 두가지 독립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생각해보자. 야마노테 방언에서 N1 + N2 이렇게 합성어를 만드는데 N2의 첫소리가 [k]면 어떻게 될까? [ɡ]라는 중간형태를 건너뛰는 형태가 나타난다.

     

    (3) /ori+kami/ → [oriŋami] '종이+접기' (Ito & Mester 1997)

     

    그리고 여기서부터 재밌어진다. 막상 기저에서 /ɡ/인 명사 중에는 합성 후에도 비음화가 안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1') /doku + ɡa/ → [dokuŋa] ~ [dokuɡa]

     

    그니까 막상 기저에서 /ɡ/였던 애는 가만히 있는데, 기저에서 /k/였던 애가 깡총 뛰어서(saltation) [ŋ]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3. 빈도효과 관찰

    Briess의 이번 MFM 발표는 한마디로 N2 독립 빈도효과에 따라 saltation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 요지였다. 

     

    두 명사 N1 + N2 가 결합하는데, N2가 /k/로 시작한다고 하자. 이 /k/는 착하게 렌다쿠만 적용해서 [ɡ]로 실현될 수도, [ɡ]를 깡총 뛰어서(saltation) [ŋ]로 실현될 수도 있다.

     

    언제 [ɡ]로 실현되고 언제 [ŋ]로 실현되는지를 결정짓는 요인이 바로 N2가 얼마나 독립적으로 자주 출현하느냐였다.

     

    • 만약 N2가 독립적으로 아주 자주 출현한다고 한다면,    /k/ → [ŋ]   로 실현된다. 
    • 만약 N2가 독립적으로 덜 자주 출현한다면,      /k/  → [ɡ]    로 실현된다.

     

    야마노테 일본어와 똑같은 문법을 가진 유사-일본어가 있다고 하자. 이 가상언어에서 단어 /diku/ 와 /kio/ 가 결합할 때,

    만약 /kio/가 그 자체로 고빈도 단어라면 /diku + kio/ 는 [dikuŋio] 로 실현된다.

    그러나 만약 /kio/가 저빈도 단어라면 /diku + kio/ 는 [dikuɡio] 로 실현된다.

     

    4. 친숙도인걸까?

    여기서부턴 내 생각.

     

    그러나 나는 인간이 컴퓨터가 아니고 빈도에 얼마나 민감할지 항상 회의적이다. 또한 사람별로 빈도에 대한 민감도가 다를 수 있는데, 코퍼스 등 객관적 자료에서 산출한 빈도치가 얼마나 설명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평생동안 접해온 언어데이터를 모두 모아다가 거기서 빈도를 산출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미래에는 가능할지도?ㅋㅋㅋ) 

     

    그래서 아마도 빈도는 사실 '친숙도'로 환원시키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Song and Dalola (2019)[각주:3]는 ㄴ-삽입에 대한 연구였는데, 주관적인 '친숙도'를 척도로 삼았다는 것이 신기했다. 만약 이런 방법론을 실험에 적용한다면 '빈도'보다 더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Briess는 발표하면서 지나가는 말로 '아마도 nasalization이 생산적이지 않고 그냥 N1+N2 결합된 형태로 fossilized된 거 아닐까'라고 했다. 그러나 뭐 이건 오프더레코드니까.ㅋㅋ 이왕 앞문단에서 ㄴ-삽입에 대해 언급했으니, 아마도 ㄴ-삽입도 fossilized된 게 아닐까 싶다. "줄이어폰"은 죽어도 ㄴ삽입 안일어나는 것 같더라.[사례][다른사례(노래)] 이러한 조어가 최근에 이루어졌고 따라서 ㄴ삽입이 더 이상 생산적이지 않고 기존 형태는 lexicalized된 것이라면 설명이 된다.

     

     

     


    이어서 어떤 글을 읽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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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야마노테 방언은 일본어의 아주 보수적인 방언이라고 한다. 선행연구를 좀 찾아보니 아주 전통적 형태의 야마노테 방언에서는 [ɡ]는 어두에서만 나타나고 [ŋ]는 어중에서만 나타나는 교체형이라고 보는 듯하다. [본문으로]
    2. Breiss, C., Katsuda, H., & Kawahara, S. (2022). A quantitative study of voiced velar nasalization in Japanese. University of Pennsylvania Working Papers in Linguistics 4. [본문으로]
    3. Song, J., and Dalola, A. (2019). Linguistic entrenchment and the effect of subjective lexical familiarity in Korean /n/-insertion. Proceedings of the Linguistic Society of America, 4, 1-8. https://doi.org/10.3765/plsa.v4i1.4539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