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약
언어학 박사과정 입시 인터뷰에서 질문은 두 종류입니다. '일반적인' 질문, '제출서류에 집중된' 질문 등을 합니다. 형식은 1:1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여러명의 교수님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회에서 이루어지는 Q&A세션과 유사합니다.
저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이며 일반화될 수 없는 부분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참고: 저의 입시 이야기)
1. 인터뷰의 세팅 (what to expect?)
저는 한국의 인서울 대학 영어영문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과 캐나다 언어학과에 박사지원을 2차례 했습니다 (2017년/2018년 가을 입학). 서류를 제출하고 몇 곳에서 인터뷰 일정을 잡았고, skype를 통해 영상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Zoom을 쓰지 않았기에 skype를 통해 인터뷰가 이루어졌습니다.
대학마다 인터뷰의 구체적인 세팅은 상이했습니다. 크게 캐주얼한 미팅 분위기인 곳이 있고 좀더 형식적 '면접'에 가까운 느낌의 인터뷰를 한 곳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맥길(McGill)과 델라웨어(University of Delaware)는 한 분의 교수님과 캐주얼하게 일대일 면접을 하였고, 보스턴(Boston University)과 캔자스(University of Kansas) 등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면접처럼 여러분의 교수님들이 한 화면에 나와서 돌아가면서 질문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델라웨어와 맥길은 저에게 관심이 있는 개별 교수님이 저에게 이메일을 보내 인터뷰일정을 잡았으며, 맥길에서 한 분, 델라웨어에서 두 분의 교수님이 저와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보스턴과 캔자스에서는 입시 담당 교수와 이메일로 인터뷰 일시를 정하고 인터뷰에는 여러 교수님이 나왔습니다.
인터뷰의 순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1. 간단하게 분위기를 풀기 위해 지원자와 교수가 모두 자기소개를 합니다.
2. 소개를 마치고 나면 교수님들이 2-3가지 질문을 합니다. 어떤 대학들은 매우 generic한 형식적인 질문 (지원하려는 이유, research fit이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 가장 관심있는 + 확장하고 싶은 연구주제)을 하였고, 다른 대학들에서는 제가 제출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과 답변이 진행되는 과정은, 마치 학회에서 논문발표 후 이루어지는 Q&A 세션같은 느낌이었습니다.
3. 몇가지 질문을 한 다음,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님들이 대학홍보(?)를 하기도 했습니다. 생활비(stipend) 지원 규모가 크고, 올해부터 scholarship이 확대될 예정이다 등등.
4. 인터뷰를 마치고 교수 개인 계정으로부터 이메일이 추가로 오기도 합니다. 'We consider your application seriously' 등의 빈말(?)을 하기도 하고 '아직 결정 안했으면 우리학교로 오면 좋겠다. 의향을 알려달라' 등 비공식적으로 미리 맘에 드는 학생들을 타 대학에 앞서 확보하려는 곳들도 있었습니다.
2. 인터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what do they expect?)
인터뷰에는 형식적인 이유와 실질적인 이유 모두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적인 이유라고 여겨진 부분은, 서류를 보고 1차로 추려진 지원자들 모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면접을 하러 나온 모든 교수님들이 지원자에 대해 잘 알고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고, 지원서류에 있던 정성적(qualitative) 내용의 대부분을 다시 부연설명하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지원자의 수를 생각해볼 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외국학생들의 경우 의사소통이 가능한지 확인하고싶은 목적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노파심에 적습니다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냐'는 말은 영어를 잘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말그대로 대화가 가능하냐의 문제입니다. 버터발음, 수려한 언변이 아니라, 명확하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한편, 어떤 대학들은 실용적으로 혹은 실질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제출한 지원서류와 블로그 포스팅까지도 꼼꼼이 읽어보고 질문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날카로운 질문도 많았습니다. 박사과정을 진행하면서 교수님과 미팅을 하면 느껴지는 특유의 학구적이고(?) 비판적인 느낌이 있는데, 첫 인터뷰에서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언어학과에서는, (다른 과는 제가 안 다녀봐서 모름) 교수님과는 논리적인 논쟁에 가까운 대화를 합니다. 일반화가 가능한 논리인지, 그 주장을 할 경우 귀결되는 결론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반론 등등이 대화의 주제입니다. 특히 제가 음운론 전공이다 보니, 데이터에 대한 타당한 일반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합니다.
(참고: 언어학자들은 왜 딴지를 거는가)
포트폴리오에 대해 잘 파악하고 개별질문을 하는 경우, 벌써부터 이러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까지 합니다.
3.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문제는 대학들이 '저희는 형식적인 인터뷰를 합니다' 혹은 '저희는 포트폴리오에 집중해서 질문을 합니다' 이런식으로 미리 말을 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리 두 가지 유형 모두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타당해보입니다.
저의 경우는 형식적인 인터뷰에 대한 대비는 잘 되었던 편입니다. 자기소개, 지원이유, 연구관심주제 등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대충 스크립트라도 작성하는 것이 저의 면접 준비였습니다. 아마도, 한국에서 학부 대학입시 (수시전형) 그리고 대학원 면접 등이 대체로 형식적인 인터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문제는 '포트폴리오에 집중한 질문들'이었습니다. 가장 처음 했던 인터뷰에서 제 연구의 확장방향에 대해 2-3개 질문을 받고나서야 저는 이 부분에 대한 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비라는 게 별거 없었습니다. SOP(연구계획서)와 writing sample등에서 제가 어떤 내용을 썼는지 복습하고, 면접에 나오는 교수님들의 연구주제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효과적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질문은 제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경우가 다반수였으니까요.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포트폴리오에 집중한 질문들'에 대비하는 방법은, 경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대체로 이런 질문들은 학회에서 Q&A 세션에서 진행되는 질문 답변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학회를 많이 참석하고 발표를 많이 한다면 어떻게 그런 질문들에 잘 대답을 하고, 혹은 순발력있게 질문을 피할(?) 수 있는지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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