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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에 어휘강세가 존재한다면

sleepy_wug 2024. 9. 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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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으로 강세를 받고 있는 음절을 형상화했습니다

목차

     

    0. 도입

    어휘강세는 단어형 수준에서 결정되는 강세를 말한다. 영어는 어휘강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규칙적으로 예측되는 경우도 있고, 기저형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처리하는 어휘강세도 있다. 후자는 record (명사) vs. record (동사) 혹은 permit (명사) vs. permit(동사)의 차이처럼 품사에 따르기도 한다. 

     

    서울 한국어에는 어휘강세(lexical stress)가 없고 Accentual Phrase, Intonational Phrase 단위에서 실현되는 prosodic stress가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선행연구에는 어휘강세가 있다는 보고들이 있었나보다. Lim (2001)[각주:1] 에서 어휘강세에 선행연구 두 건을 소개했고, 이어서 음성실험(발화/인식)이 나온다.

     

    Lim 2001에서 소개하는 두 선행연구와 각각에서 소개하는 한국어 어휘강세 규칙은 아래와 같다.

     

    Kim (1998)[각주:2]: rightward right-headed iambic foot structure with moraic coda

    유재원(1989)[각주:3]:맨 왼쪽에 오는 중음절에 강세. 중음절이 하나도 없으면 맨 오른쪽 경음절에 강세. 

     

    한국어 가짜단어들을 몇개 이용해서 이 두 이론이 이 단어들의 어휘강세를 어떻게 예측하는지 (만약 어휘강세가 있다면) 생각해보자.

    a. '낙징봇' CVC. CVC. CVC
    b. '부돕바' CV. CVC. CV
    c. '지소보' CV. CV. CV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두 논문에서 말하는 걸 제약서열로 생각해보자. 사서고생인 거 알지만, 이 블로그 제목이 "언어학하고 있네" 니까 '언어학'해보자.

     

    어휘강세는 음보(foot)배정, 음보핵(foot head type), 어휘핵(Phonological word head type) 등을 담당하는 제약들로 설명된다. Kager(1999) 교과서에 나오는 표준적인 제약들이다. 

    음보배정은 σ σ σ σ σ σ σ ... 을 σ (σ σ) (σ σ) (σ σ) 처럼 묶는 것인데, Ft-Bin, ParseSyl, All-Ft-L/R 등의 제약으로 할 수 있고,

    음보핵 제약인 FootType=Iambic 혹은 FtType=Trochee 에 따라 (σ σ) 인지 (σ  σ)인지가 결정된다.

    어휘핵제약 PhonologicalWordType=Leftmost 혹은 Pwd=R 에 따라 음보가 여러개 있을 때 여러 음보핵들 중 어떤 핵이 제1강세를 받을 건지를 결정할 수 있다.

     

    1. Kim (1998)

    이제 Kim 1998을 생각해보자. 안타깝게도 Kim (1998) 논문 원본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사서 선생님께 수배를 요청했는데, 사흘만에 책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이 섹션은 원문을 확인하기 전에 작성되었다. 이 섹션에서는 기본적으로 Lim 2001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Kim 1998의 이론을 제약서열로 구성한다. 그러나 끝에 가서는 과연 그 제약서열이 Kim 1998 원문에 있는 다른 데이터들도 설명하는지 (즉, 제약서열이 잘 구성되었는지) 잠시 다룰 것이다. 

     

    Kim 1998의 강세규칙은 "단어가 있을 때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음보구조를 파싱(rightward parsing)하고 각 음보의 핵은 오른쪽(iambic)에 있다. 말음은 박(mora)으로 간주한다."

     

    여기까지 일단 확실한 건 All-Ft-L, FtType=Iambic 제약이 높은 weight를 가진다는 것이다. 

     

    다른 제약들을 정확히 판별하려면, 아마 논문의 원문을 봐야 할 것 같은데, 말음이 박을 구성한다는 언급이 있다는 점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 우선, 음보 구성이 2개 음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인가 아니면 2개 박을 기준으로 하는것인가. 즉 Ft-Bin을 평가할 때 두 박이 음보로 묶이면 이 제약을 위반하는가? 혹시 말음박 개념이 중요한 것은 Weight-to-stress 를 염두에 둔 것인가? 만약 WTS가 한국어 어휘강세 배정에 중요하다면, 다른 요인 다 떠나서 중음절(heavy syllable)이 우선적으로 강세를 배정한다는 의미다.

     


    Lim 2001 (p.2) 에서 인용하는 Kim 1998 의 데이터 중에서 아래와 같은 게 있다.

     

    2음절어인데 둘다 중음절이다. 그런데 첫번째 음절에 강세가 배정되었다. 그리고 제1음절에만 강세가 배정되어 있다. 이건 많은 것을 시사하는데 우선 foot-binary를 박 기준으로 한다는 것, 그리고 음보배정을 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면 foot-binary를 음절기준이고 WTS제약이 active하다고 말한다면, 두 음절이 한 음보에 담기게 되고, 두 음절이 모두 중음절이기 때문에 어디에 강세를 주든 WTS를 위배하지 않는다. 따라서 당연히  FtType=Iambic 제약을 위반하지 않는  σ)이 선택된다.

     

    따라서 Foot binarity는 strictly 박을 기준으로 하는 Ft-Bin(μ) 라고 하자. 2박=음보 로 parsing할 수 있다면 위 예시는 음보 2개를 가질 수 있는데, 어휘강세 표시는 첫 음절에만 되어있다. 따라서 아마도 ParseSyll 제약이 비중 낮아서 아예 음보가 하나만 파싱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 weight가 높은 제약들 사이의 서열관계만 간단히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다. 물론, All-Ft-R, FtType=Trochee 같은 제약이 아주 낮은 weight를 가진다. 단, Ft-Bin 제약은 Ft-Bin(σ)을 아예 연산에서 고려하지 않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승자를 하이라이트로 표시했다.

     

    /nakson/ Ft-Bin(μ) All-Ft-L FtType=Iambic ParseSyll
    a. [(nak).son]       *
    b. [nak.(son)]   *!   *
    c. [(nak.son)] *!   *  
    d. [(nak.son)] *!      
    e. [(nak).(son)]   *!    
    f.  [(nak).(son)]   *!    

     

    이중 Ft-Bin >> ParseSyll은 crucial하다. a와 e 를 비교하면 All-Ft-L >> ParseSyll 도 crucial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데이터에도 잘 적용되는 듯하다. 이야기와 거울을 제외하고는 제1음절 하나만 음보를 구성하고 거기에 강세가 부여된다. FtType=Iambic의 효과는 이야기 예시에서 드러난다.

     

    /iyaki/ Ft-Bin(μ) All-Ft-L FtType=Iambic ParseSyll
    a. [(i.ya).ki]       *
    b. [(i.ya).ki]     *! *!

     

     

     

    '거울' 사례를 보면

    /keul/ Ft-Bin(μ) All-Ft-L FtType=Iambic ParseSyll
    a. [ke.(ul)]   *   *
    b. [(ke). ul] *!     *

     

    Ft-Bin(μ) >> All-Ft-L 서열이 crucial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니까 일단 대충 이렇게 제약서열을 상정해놓자.

    Ft-Bin >> All-Ft-L >> FtType=I, ParseSyll

     

    위에 언급했던 가짜단어들을 다시 가져와보자

    a. '낙징봇' CVC. CVC. CVC
    b. '부돕바' CV. CVC. CV
    c. '지소보' CV. CV. CV

     

    a. 부터, 예측되는 강세배정을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다. 낙징봇은 징봇 (볼드표시된 제1음절에 강세) 으로 발음될 것으로 예상된다.

    /n ɑ k tɕ i ŋ p o s/ Ft-Bin(μ) All-Ft-L FtType=Iambic ParseSyll
    a. [(n ɑ k). tɕ* i ŋ. b o t]       **
    b. [(n ɑ k). (tɕ* i ŋ). (b o t)]   *!**    
    c. [(n ɑ k . tɕ* i ŋ). b o t] *!      

     

     

    b. 부돕바는 부바 (제2음절에 강세)로 예상된다.

    /p u d o p p ɑ/ Ft-Bin(μ) All-Ft-L FtType=Iambic ParseSyll
    a. [p u .(d o p). p* ɑ]   *   **
    b. [(p u) . d o p. p* ɑ] *!     **
    c. [(p u . d o p) . p* ɑ] *!     *

     

    c. 지소보는 지보(제2음절에 강세)로 예상된다.

    /tɕ i s o p o/ Ft-Bin(μ) All-Ft-L FtType=Iambic ParseSyll
    a. [(tɕ i . s o) . b o]       *
    b. [(tɕ i). s o . b o] *!     **

     

     

    요약:

    징보

     

    나중에 Kim 1998의 원문을 받아보았다. Kim 1998 원문을 찾아보니 한국어 어휘강세에 대한 선행연구를 인용하면서 한국어 어휘강세를 아래와 같이 일반화한다.

     

    "1음절이 중음절이면 강세부여. 그렇지 않으면 2음절에 강세부여"

     

    다행스럽게도 내가 구성한 제약서열은 이 일반화를 충분히 생성한다. 다시 말해서 "지소보"와 "부돕바"처럼 1음절이 중음절이 아닐 때에는 무조건 2음절에 강세를 부여하는 것이다. 

     

     

    2. 유재원(1989)

    "맨 왼쪽에 오는 중음절에 강세. 중음절이 하나도 없으면 맨 오른쪽 경음절에 강세."로 일반화하였다.

     

    중음절의 존재가 변칙요인이고 디폴트 (elsewhere condition) 는 가장 오른쪽에 강세인 것으로 보인다.

     

    맨 오른쪽 음절에 강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음보 배정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해야하겠고 Iambic foot이어야 한다. 따라서 All-Ft-R, FtType=Iambic 이 일단 높은 weight를 가진다. 한 단어에는 강세가 하나만 있다고 하였기 때문에 음보는 1개만 parsing한다. 따라서 ParseSyll의 weight가 낮다.

     

    중음절에 강세가 오므로 Weight-To-Stress principle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WSP 제약의 정의는 일단 아래와 같이 해두자

     

    Weight-To-Stress: A heavy syllable is the head of a foot (음보의 핵은 중음절)

     

    중음절은 장모음 혹은 말음이 있는 음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논문 312페이지에 정리된 예시를 보면 말음을 박으로 보는 듯하다. 

     

    일단 '아동실'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니 이것부터 시작해보자.

    /ɑ t o ŋ s i l/ 이 입력형이고

    [ ɑ . t o ŋ . s i l ] 이 출력형이다. ɑ (t o ŋ s i l) 과 ( ɑ . t o ŋ ) .s i l 중 어떤 것이 음보 구성일까를 판단하려면 다 경음절인 사례를 보면 된다.

     

     

    CV . (CV . CV) 이어야 하므로 아마도 2-3음절을 음보로 구성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제는 Tableaux 좀 그려보자.

     

    '사다리'

    / s ɑ t ɑ l i / Ft-Bin All-Ft-R WSP FtType=Iambic ParseSyll
    a. [ s ɑ . ( d ɑ . ɾ i ) ]         *
    b. [ (s ɑ . d ɑ) . (ɾ i) ] *! *      
    c. [ (s ɑ . d ɑ) . ɾ i  ]   *!     *

     

    경음절만 있을 때 마지막 음절에 강세를 주기 위해서는 음보 배정이 a 처럼 되어야 한다 All-Ft-R의 weight가 높다. 

     

     

    / ɑ t o ŋ s i l / Ft-Bin All-Ft-R WSP FtType=Iambic ParseSyll
    a. [ ɑ . (t o ŋ . s i l) ]       * *
    b. [ ɑ . (t o ŋ . s i l) ]     *!   *
    c. [ ɑ . t o ŋ . (s i l) ] *!       **
    d. [ ɑ . (t o ŋ) . (s i l) ] *!       *
    e. [ (ɑ . t o ŋ) . (s i l) ]   *!      
    f.  [ (ɑ . t o ŋ) . s i l ]   *! *   *

    a와 b 대조를 통해 WSP >> FtType=I 서열이 crucial하다는 걸 알 수 있다.

    a와 c, d 대조를 통해 Ft-Bin >> ParseSyll 서열이 crucial하다는 걸 알 수 있다.

    a와 e 대조를 통해 All-Ft-R >> FtType=I 서열이 crucial 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아 그리고 이때 Ft-Bin은 음절단위로 판단하는 것으로 본다. 후보 c 와 d를 배제할 수 있는 것은 Ft-Bin(σ) 위반이기 때문이다.

     

    결국 Ft-Bin, WSP, All-Ft-R >> FtType=I, ParseSyll

     

    이 제약서열을 처음 상정한 비단어에 적용하면,

    요약:

    징보

    지소

     

    3. 비교

    비단어 3개에 대해 두 논문이 예측하는 강세 패턴이 다르다.

    Kim (1998) 유재원(1989)
    징보 징보
    지소

     

    개인적으로 두 패턴 모두 납득이 어렵다. (사실 서울 한국어에는 어휘강세가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내 직관상 중음절 경음절 관계없이 제1, 제2음절이 마지막 음절에 비해 더 분명한 지위를 가진다는 것 외에는 제1음절 제2음절 사이에 강세차이는 없는 것같다. 특히 '낙징보'와 '부돕바'의 패턴이 나에게 있어서는 동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낙징보에", "부돕바에" 등, 조사를 붙였을 때나 특히 "낙징보 먹었다" 처럼 문장 내에 넣었을 때 강조되는 음절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시하자면 이렇다. (적어도 내 문법에서는) 독립형으로 발음할 때는 "낙징보" 와 같이 처음 두 음절에 강세를 주지만, 더 큰 맥락에 넣었을 때는 각각 "낙" 그리고 "낙징보 먹었다" 와 같이 강세패턴이 아예 달라진다. 

     

    이는 Lim 2001에서 보고하는 발화실험 결과와 얼추 비슷한 것 같다. 이 실험에서도 음절의 경중과 무관하게 3음절 발화의 패턴이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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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m, Byung-jin. (2001). The production and perception of word-level prosody in Korean. IULC Working Papers, 1(1). [본문으로]
    2. Kim, Jong-Kyoo. 1998. Anti-Trapping Effects in an Iambic System: Vowel Shortening in Korean. The 8th Japanese/Korean Linguistics: 289-302. [본문으로]
    3. 유재원. 1989. 현대국어의 악센트 규칙에 대한 연구. 성곡논총 19: 293-32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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