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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사론 지도 그리기

sleepy_wug 2024. 2. 17. 13:30

0. 요약

Cartography는 오늘날 최소주의 통사론의 경향 중의 하나로, 통상적인 통사분석보다 더더욱 세세한 분석을 하기 때문에 마치 '지도를 그리는 것 같다' 하여 cartography로 불립니다. 이 경향을 통해 한국어의 전통적인 문법 개념인 '어미'에 통사론적 지위를 부여하는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이 적극 수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기반이 없으면 세세한 분석의 정당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이 경향을 따르지 않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끝없이 내려만 가는 cartography 수형도 (물론 과장입니다)
끝없이 내려만 가는 cartography 수형도 (물론 과장입니다)

 

목차

     

     

    1. 대략적인 설명 및 정리

    Cartography는 이탈리아의 언어학자인 Guglielmo Cinque와 Luigi Rizzi가 굴절이 발달한 로망스 언어들을 설명하기 위한 기제로 1980년대 주창한 통사 이론을 기반으로 합니다. 교착어인 한국어의 경우 어형성 과정에서 들러붙는(?) 작은 단위들을 통사핵으로 격상시키는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먹으시었겠다"라는 동사구를 cartography를 이용하지 않고 GB이전 이론에서와 같이 분석한다면, 어휘론적 입장에서 "먹다"의 곡용으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오늘날에는 이러한 분석은 드물고 -시 -었 -겠 등의 어미에 각각의 통사핵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오늘날의 최소주의 이전까지, 특히 1980년대 지배결속이론의 틀 안에서는 통사구조가 크게 CP, IP, VP 이렇게 3개의 domain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러나 Pollock (1989)[각주:1]에서 불어와 영어 사이의 동사이동의 차이를 데이터로 하여 단일한 IP를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루어졌습니다. 더 나아가 Rizzi (1997)[각주:2]는 IP뿐만 아니라 CP도 세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Rizzi의 데이터는 이탈리아어 어순 데이터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더 나아가 Cinque (1999)[각주:3]는 한국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들의 부사어 배치 제한에 대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단순히 CP가 세분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분화된 CP의 각 기능핵이 언어보편적인 순서를 지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단순히 Infl 등 단일한 기능핵이 (마치 음소와 같이) 자질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위와같은 일련의 연구들을 통해, 이제는 더 세부적인 기능핵들을 상정하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 Cinque와 Rizzi는 한걸음 더 나아가 One-feature one-head principle (1F1H) 라고 하여, 각 자질이 독립적인 통사핵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창했습니다.

     

    One-feature one-head principle:
    Each morphosyntactic feature corresponds to an independent syntactic head with a specific slot in the functional hierarchy.
    Cinque and Rizzi (2009)[각주:4]

     

     

    2. 의의와 한계

    촘스키는 1990년대 최소주의를 제창하면서 Cartography의 초기형태를 적극 받아들여서 애초부터 IP를 AgrP와 TP 등으로 나누었기 때문에 Cartography는 어느정도 최소주의에 녹아들어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 보입니다. 더 나아가 분산형태론(Distributed Morphology) 역시 Cartography를 일단 전제해야 논의가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학부 커리큘럼에서도 cartography를 다루는 것이 표준이 되는 느낌입니다. 예를 들어 Sportiche et al. (2014)[각주:5] 등의 교과서가 있습니다.

     

    그러나 Cartography는 그 미시성과 무근본성(unmotivatedness)으로 인해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미시성이라 함은, 어순이나 의미변별 등을 통해 효과를 확인할 수 없는 수준까지 통사구조를 '난도질'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무근본성이라 함은 미스터리한 기능핵 F를 상정하기만 하고, 이러한 독립된 기능핵이 존재해야 하는 정당성을 충분히 제시하지 않는 연구가 많다는 점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한국어의 분석에서 Agr(ee)핵을 상정했던 연구자들 가운데에는 이 기능핵의 의미적 효과를 충분히 정당화하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일치핵을 사용하려면 의미적으로든 음운적으로든 일치가 존재하고 그것이 이 기능핵의 발현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각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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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ollock, Jean-Yves. (1989). Verb movement, universal grammar, and the structure of IP. Linguistic Inquiry, 20, 3. 365-424. [본문으로]
    2. Rizzi, Luigi. (1997). The fine structure of the left periphery. In Liliane Haegeman, Elements of grammar: Handbook in generative syntax (pp. 281-337). Dordrecht: Springer. [본문으로]
    3. Cinque, G. (1999). Adverbs and functional heads: A cross-linguistic perspective. Oxford University Press. [본문으로]
    4. Cinque, Gugielmo, and Luigi Rizzi. 2009. The cartography of syntactic structures. Venice: University of Venice, MS. [본문으로]
    5. Sportiche, D., Koopman, H., and Stabler, E. (2014). An introduction to syntactic analysis and theory. Chichester, West Sussex: Wiley Blackwell. [본문으로]
    6. 다른 한편으로 촘스키주의 통사론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요즘 촘스키 통사론은 데이터 설명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이론적 아름다움만 추구한다'라고 비판하는데, 이러한 연구자분들이 주로 지적하는 부분이 바로 cartography와 같은 미시성과 과도한 보편성 논제 등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