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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sleepy_wug 2026. 7. 23. 03:32

Anthropic, Microsoft, OpenAI, 그리고 특히 Amazon과 Meta가 요 몇년 언어학자들을 빨아들이는 게 진공청소기같다.

주변을 보니 박사과정을 같이 시작한 동기들 중에 순수하게 아카데미아에 남은 사람이 나 하나다. 다들 인더스트리에 안착했음.

학교의 p-side하는 비정년 교원들 중에도 그냥 털고 일어나서 인더스트리로 가버린 사람들이 몇 있다.

애초에 내가 있던 물이 그런 성격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인더스트리에서 원하기 전에 이미 그쪽이 원할만한 연구를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것이 딱히 빈자리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들 early career에 해당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정년을 받은 사람이 떠나서 자리가 생긴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컴퓨터과학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더스트리에서 테뉴어 교수들도 종종 빼간다고는 하더라.

 

Job market에서 early researcher들 사이 경쟁이 약해졌다고 볼 수도 없다. 몇년째 디펜스 뒤동냥을 여기저기 많이 다니며 느끼는 건데, 양적분석을 하는 형식주의 이론언어학에서조차 심사의 패러다임 자체가 소프트하게 바뀌고 있긴 한것같다. 실증적으로 검증될 수 없는, '썰'을 논문으로 쓰면 실패할 수 없는 연구가 되고, 검증이 아닌 인정이 졸업의 요건이 된다. 검증없는 인정을 요건으로 졸업하게 되면 (어떤 면에서는) 문턱이 확 낮아지는 셈이고, 이 말은 early career researcher들이 한동안 양산될 것이라는 말이다. 아마도 바뀐 환경 속에서, 기존의 '불량재고'로 갖고 있던 오래된 박사과정생들을 언어학과들이 빨리 다 배설해버리고 새시작을 하려는 걸 수도 있다.

그러므로 job market은 한동안 끝갈데없이 과공급상태로 남게 된다.

 

이제 5년 뒤 폭탄이 터질 게 빤히 보인다. 하지만 그전까진 균형점(equilibrium)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헝거게임이 지속되겠지.

 

결론은 이론언어학 박사과정을 시작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시점은 없지 않을까 한다는 것이다. 인더스트리 발의 버블이 껴있는데 일단 지금 아카데미아 job market에 나온 세대는 누구보다 빨리 도태되어버릴 것같다. (학문세대는 보통 5년 혹은 10년 단위로 끊는다) 딱 구도가 냉전시기 미국 공적영역에서 "소련말, 중국말 (등등 적국의 언어) 자동번역"이라는 버블이 생겼던 것과 똑같다. 그리고 너무나 유명하지만 이 버블 안에서 태어난 수많은 연구자들 중 촘스키가 있었고 결국 생성문법이 태동하여 수 세대에 걸쳐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노파심에 적지만 방점은 "내가 차세대의 촘스키일지도 몰라"가 아니라 촘스키 아닌 "수많은 연구자"에 있다. 다시 말하면 박사과정 안에 있으면서, 잡마켓의 선배들이 다 갈려나가는 걸 불구경하듯 보다보면, 졸업할 때쯤 (2030년 무렵) 과수요 상태로 돌아서는 시장에 안착하게 될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 의미에서 아마도 내 세대가 '비켜주어야 할' 낀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촘스키는 생성문법의 빠른 성공의 이유를 '박사과정생들이 그걸 설득력있게 생각해서'라고 했다. 그 말따라, 이제부터 새로 들어오는 박사과정생들의 선택이 새 패러다임을 열 것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뭘 연구하나 잘 따라해봐야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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