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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Lee 2026 어두 경음 인식

sleepy_wug 2026. 5. 14. 16:47

Lee 2026[각주:1]는 청취실험논문이다.

[b, d, s]로 시작하는 영어 비단어를 한국어 화자들에게 들려주고 단어 처음 소리가 한국어의 경음-평음 범주 중 어디에 더 가까운지 판단하게 했다. 

음운환경, 특히 어중 [s*]의 존재가 경음 응답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경음 응답률은 [b] 경우 12.8%, [d] 경우 15.6%이다. 흥미로운 것은 어중 [s*]의 효과다. 어중에 [s*]있으면 어두의 음성 신호가 같더라도 경음으로 범주화된다.

 

연구의 맥락:

1. 영어 어두 유성음의 차용

Kang 2008[각주:2]은 한국어에서 영어 어두 유성음을 차용할 때, 경음으로 차용하는 비율이 1930년대에 높았다가 오늘날에는 낮다고 보고한다. 예를들어 단어 button을 옛날엔 '뻐튼' 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안하고 '버튼'이라고 평음 차용한다. 이런 식으로 경음으로 차용하던 단어들이 상당히 평음 차용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지금은 경음 비율이 낮다. 그리고 Kang 2008은 그 이유를 phonological laryngeal contrast를 가져오는 음향적 신호의 무게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옛날엔 VOT가 평음-경음 구분하는 데 큰 힌트를 주었기 때문에 영어 유성음의 짧은 VOT가 자연스레 경음으로 mapping되었다. 지금은 한국어 평음 경음 구분에 F0가 중요해졌다. 영어 유성음의 F0는 낮기 때문에 한국어에서도 F0 낮은 평음으로 차용된다는 이야기

Kang 2008은 경음 차용 '비율'이 줄었다고 보고하지만, Nam 2021[각주:3]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이상 경음 차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이전에 경음 차용이었던 것이 평음 차용으로 이전해간 것(예: 뻐튼 → 버튼)에 더불어 이제 새로 들어오는 영단어는 어두 유성음이 경음이 아닌 평음으로 정착한다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왜 "껌", "쩜프", "딸러" ("사딸라!") 같은 경음 단어들은 여전히 경음으로 남아있느냐는 것이다. 이유는 빈도 때문일 수도 있고,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Bybee 식으로 빈도 높아서 fossilized된 단어들이라고 하면 아주 시시한 설명이 되겠지만, Lee 2026의 발견을 가지고 여기에 대해 한마디 할 수 있을 것같다. 아마도 저수준(청취)에서는 여전히 경음차용 비율 차이가 존재하고 그 차이가 음운론적으로 project되는 것이 바로 '경음차용 그대로 남기기'✨ 같은 게 아닐까? (누군가의 머리속에 마구니 대신 TETU가 가득한가보다)

 

그런데 여기까지 써놓고 생각해보니 이현정 선생님 예전에 부산 성조(tone) 변화랑 영어 차용 논문 쓰시지 않았던가? 성조 변화 이후 화자들은 가스를 LH로 발음하고 그 이전 화자들은 가스를 HL로 발음한다고 했었던 게 인상적이어서 기억남. 만약 약간 통시 양념을 뿌렸으면 본인 논문이랑 맥락화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 의아함.

 

2. 같은 음향신호 다른 음운 범주

음운론자들이 하는 일이란 때론 루즈하게 보고된 음성학 실험에 음운론적 맥락을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한다. Lee 2026 읽으며 Moreton and Amano (1999)[각주:4]가 생각났다. 그 연구는 "뭔가뭔가 한 음운론적 단어 구성이 주어지면 똑같은 음향신호가 다르게 범주화되더라" 하는 실험논문인데, 일본어에 '고유어', '외래어' 층위가 실존한다는 증거로 언급되기도 하고, 음성학이 전부가 아니라 뭔가 단어수준의 큰 하이레벨이 있어서 그게 심리적으로 작동한다 (음운론의 자립성) 는 근거로 언급되기도 한다. Lee 2026의 발견도 그렇게 맥락화될 수 있지 않을까한다.

 

나중에 OCP 효과 같은거라든가 음운론의 독립성이라든가 관련 논증이나 발표를 할일 있으면 레파토리에 Lee 2026 넣을 수 있겠다.

 

 

 

  1. Lee, H. (2026). Native Korean listeners’ perception of tensification in English loanwords in Korean. Linguistic Research 43(1), 209–225. doi: 10.17250/khisli.43.1.202603.008 [본문으로]
  2. Kang, Y. (2008). Tensification of voiced stops in English loanwords in Korean. Harvard Studies in Korean Linguistics 12, 179-192. [본문으로]
  3. Nam, S. (2021). The adaptation of English word-initial voiced stops in Korean: A diachronic approach. Studies in Phonetics, Phonology and Morphology 27, 3–25. doi: 10.17959/sppm.2021.27.1.3 [본문으로]
  4. Moreton, E., and Amano, S. (1999). Phonotactics in the perception of Japanese vowel length: Evidence for long-distance dependencies. Paper presented at the 6th European Conference on Speech Communication and Technology, Budapest, Hungary.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