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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용언 사랑하다의 어휘상(lexical aspect)이 변했나?

sleepy_wug 2025. 10. 10. 10:48

0. 요약 

노래 '대화가 필요해'의 가사 "우리 서로 사랑한지도 어느덧 10개월"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아했습니다. 이 용례에서 '사랑하다'는 어휘상 상 도착점이 존재하는 [+telic]으로 사용된 것같은 직관인데, 왠지 어색합니다.

 

 

 

목차

     

    1. 사랑한지도 어느덧 10개월

    유튜브를 켜놓고 귀로 들으며 운전을 하는데, 최종훈과 이수현이 라이브로 부른 대화가 필요해 (원곡 자두)가 나왔다. 진짜 옛날 자두 팬[각주:1]으로서 적는데 라이브가 원곡을 뛰어넘는 느낌.ㅋㅋㅋ 

     

    https://www.youtube.com/watch?v=-1jSZwUsdco

     

     

    잘 듣다가 아래 대목이 나왔다.

     

    우리 서로 사랑한지도 어느덧 10개월

     

    갑자기 이 가사가 새롭게 들렸다. 거짓말 안하고 이 노래를 수백번을 들었을 것 같은데, 이 가사가 어색하게 들렸던 건 처음이었다. 

     

    "[용언]한지 [기간]이 되었다" 뭐 이런 구문인데, 내 직관 상으로 이 때의 용언은 [+telic]해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2. [+telic]이 뭔데? 어휘상

    어휘상이 뭔지는 다른 글에서 충분히 소개한 것 같으므로 링크로 설명을 대신한다.

     

    용언 사귀다의 어휘상(lexical aspect)이 변했나?

    0. 요약아래 웹툰에서 나온 "사귀다"의 용례에 대한 글입니다. 위 용례에서 '사귀다'는 행위의 완성 지점(도착점)이 존재하는 [+telic] 자질을 가지는 듯한데, 이것은 저의 직관 상 어색합니다. 언어

    linguisting.tistory.com

     

    아래 표가 핵심이다.

     

    명칭 자질명세 한국어 예시
    States [-telic]  [+duration] (지식을) 알다
    Accomplishments [+telic]  [+duration] (집을) 짓다
    Achivements [+telic]  [-duration] (집에) 도착하다
    Activities [-telic]  [+duration] (운동장을) 달리다
    Semelfactives [-telic]  [-duration] 재채기하다

     

    아 그리고 사실 이 글의 제목도, 정말로 사랑하다의 어휘상이 변했나 의문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위에 링크된 다른 글의 제목을 그대로 따른 것일 뿐이다.ㅋㅋㅋ

     

    "[용언]한지 [기간]이 되었다" 구문으로  돌아와서,

    내 직관 상에는 위 표에 나온 네 가지 용언 유형 중, [+telic]인 '짓다', '도착하다' 정도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같다.

     

    (1) [+telic]한지 10개월이 되었다.
         a. 집을 지은지 10개월이 되었다.
         b. 집에 도착한지 10개월이 되었다.

     

    반면 [-telic]인 용언을 넣으면 다소 어색하다. 특히 Semelfactive로 분류되는 '재채기하다'가 가장 어색하다.

     

    (2) [-telic]한지 10개월이 되었다.
         a. ? 그녀를 안지 10개월이 되었다. (cf. 그녀를 처음본 지 10개월이 되었다.)
         b. ? 운동장을 달린지 10개월이 되었다. (cf. 운동장을 달린 날로부터 10개월이 되었다.)
         c. ??? 재채기한지 10개월이 되었다. (cf. 재채기나는 병이 발병한지 10개월이 되었다.)

     

    3. 나도 내 직관을 못 믿는다.

    근데 또 (2)의 문장들이 완전히 잘못된 표현처럼 느껴지진 않고, 다만 괄호 안 참고(cf.)에 적은 의미를 의도했겠거니 생각이 든다. 

    나에게 '사랑하다'는 States 에 해당하는 것같은데, 그래서 '우리 서로 사랑한지도 어느덧 10개월' 역시 (2a)처럼 '우리 연애를 시작한 때로부터 어느덧 10개월이 지났다' 정도의 의도겠거니 한다. 

    또한 내 직관 상 "-ㄴ 지"는 반드시 엄밀한 완료시점이 필요한가보다. [-telic]은 완료시점이 특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도 내 직관을 못 믿는다. 내가 의미 관련 직관이 선명했으면 음운론을 하고 있겠는가?ㅋㅋㅋ

    그리고, 시제연쇄(Sequence of Time) 세미나 수강할 때 이런 데이터와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면 텀페이퍼 주제 고민 없었을텐데..ㅠㅠㅠ

     

     

     


    이어서 어떤 글을 읽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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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시 CD가 만원 1만2천원 했었고, 테이프가 3천원이었다.ㅋㅋㅋ 그리고 700 전화번호 중에서 소위 '정보이용료'를 내고 노래를 전화기 너머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었다. 2002년 자두 노래를 듣고 있자니 그 시절이 몰려오는 느낌. 하지만 솔직히 원곡보다 최종훈 이수현의 라이브가 더 낫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