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약
노래 '대화가 필요해'의 가사 "우리 서로 사랑한지도 어느덧 10개월"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의아했습니다. 이 용례에서 '사랑하다'는 어휘상 상 도착점이 존재하는 [+telic]으로 사용된 것같은 직관인데, 왠지 어색합니다.

목차
1. 사랑한지도 어느덧 10개월
유튜브를 켜놓고 귀로 들으며 운전을 하는데, 최종훈과 이수현이 라이브로 부른 대화가 필요해 (원곡 자두)가 나왔다. 진짜 옛날 자두 팬1으로서 적는데 라이브가 원곡을 뛰어넘는 느낌.ㅋㅋㅋ
https://www.youtube.com/watch?v=-1jSZwUsdco
잘 듣다가 아래 대목이 나왔다.
우리 서로 사랑한지도 어느덧 10개월
갑자기 이 가사가 새롭게 들렸다. 거짓말 안하고 이 노래를 수백번을 들었을 것 같은데, 이 가사가 어색하게 들렸던 건 처음이었다.
"[용언]한지 [기간]이 되었다" 뭐 이런 구문인데, 내 직관 상으로 이 때의 용언은 [+telic]해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2. [+telic]이 뭔데? 어휘상
어휘상이 뭔지는 다른 글에서 충분히 소개한 것 같으므로 링크로 설명을 대신한다.
용언 사귀다의 어휘상(lexical aspect)이 변했나?
0. 요약아래 웹툰에서 나온 "사귀다"의 용례에 대한 글입니다. 위 용례에서 '사귀다'는 행위의 완성 지점(도착점)이 존재하는 [+telic] 자질을 가지는 듯한데, 이것은 저의 직관 상 어색합니다. 언어
linguisting.tistory.com
아래 표가 핵심이다.
| 명칭 | 자질명세 | 한국어 예시 |
| States | [-telic] [+duration] | (지식을) 알다 |
| Accomplishments | [+telic] [+duration] | (집을) 짓다 |
| Achivements | [+telic] [-duration] | (집에) 도착하다 |
| Activities | [-telic] [+duration] | (운동장을) 달리다 |
| Semelfactives | [-telic] [-duration] | 재채기하다 |
아 그리고 사실 이 글의 제목도, 정말로 사랑하다의 어휘상이 변했나 의문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위에 링크된 다른 글의 제목을 그대로 따른 것일 뿐이다.ㅋㅋㅋ
"[용언]한지 [기간]이 되었다" 구문으로 돌아와서,
내 직관 상에는 위 표에 나온 네 가지 용언 유형 중, [+telic]인 '짓다', '도착하다' 정도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같다.
(1) [+telic]한지 10개월이 되었다.
a. 집을 지은지 10개월이 되었다.
b. 집에 도착한지 10개월이 되었다.
반면 [-telic]인 용언을 넣으면 다소 어색하다. 특히 Semelfactive로 분류되는 '재채기하다'가 가장 어색하다.
(2) [-telic]한지 10개월이 되었다.
a. ? 그녀를 안지 10개월이 되었다. (cf. 그녀를 처음본 지 10개월이 되었다.)
b. ? 운동장을 달린지 10개월이 되었다. (cf. 운동장을 달린 날로부터 10개월이 되었다.)
c. ??? 재채기한지 10개월이 되었다. (cf. 재채기나는 병이 발병한지 10개월이 되었다.)
3. 나도 내 직관을 못 믿는다.
근데 또 (2)의 문장들이 완전히 잘못된 표현처럼 느껴지진 않고, 다만 괄호 안 참고(cf.)에 적은 의미를 의도했겠거니 생각이 든다.
나에게 '사랑하다'는 States 에 해당하는 것같은데, 그래서 '우리 서로 사랑한지도 어느덧 10개월' 역시 (2a)처럼 '우리 연애를 시작한 때로부터 어느덧 10개월이 지났다' 정도의 의도겠거니 한다.
또한 내 직관 상 "-ㄴ 지"는 반드시 엄밀한 완료시점이 필요한가보다. [-telic]은 완료시점이 특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도 내 직관을 못 믿는다. 내가 의미 관련 직관이 선명했으면 음운론을 하고 있겠는가?ㅋㅋㅋ
그리고, 시제연쇄(Sequence of Time) 세미나 수강할 때 이런 데이터와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면 텀페이퍼 주제 고민 없었을텐데..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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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CD가 만원 1만2천원 했었고, 테이프가 3천원이었다.ㅋㅋㅋ 그리고 700 전화번호 중에서 소위 '정보이용료'를 내고 노래를 전화기 너머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도 있었다. 2002년 자두 노래를 듣고 있자니 그 시절이 몰려오는 느낌. 하지만 솔직히 원곡보다 최종훈 이수현의 라이브가 더 낫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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