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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농담) A wholesale neutralization of consonants

sleepy_wug 2025. 10. 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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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년전 쯤에 페이스북에 있던 '언어학' 그룹에서 봤던 짤이었던 것 같다. 원출처는 오묘 작가의 웹툰 '밥 먹고 갈래요?' 가운데 78화 (유부주머니화) [링크]

 

뜨거운 만두를 먹으면서 말하다보니 모든 자음이 다 중화되어버렸다. 아마도 의도한 표현은

 

너무 뜨거워, 근데 맛있어, 그리고 좋아해 이태야

 

일 것이다. (이걸 추론해내는 나도 참 대단하다)

 

규칙 적용에 다소 예외가 있으나 아래와 같은 규칙으로 기술할 수 있다.

 

(1) A Wholesale Neutralization of Consonants 
     [+consonantal] → [h] / (뜨거운 만두)

(2) /h/-Insertion
     ∅ → [h]  / $___[+syllabic]

 

규칙순은 (1) → (2).

만두를 먹을 때는 [+cons] 분절음을 모두 [h]로 바꾸고, 초성없는(onsetless) 음절은 음절초에 [h]를 삽입한다.

사실 이 규칙들이 생성하는 출력형은 "허므 흐허허 흔헤 하히허 흐히호 호하해 히해햐" 정도로 짤에 나온 것과 완벽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유사하다. 그리고 둘 사이의 차이는 음성학으로 덤핑ㅋㅋㅋㅋ

 

 

근데 이 '뜨거운 만두' 상황에서 왜 자음만 죄다 중화되고 모음은 중화되지 않았을까? "너무"의 /ㅜ/ 모음이 [ㅡ]로 나온 건 양순음 뒤 환경이라 어짜피 변별이 안 되므로 '뜨거운 만두' 맥락과는 상관이 없다.

말소리의 중화, 더 나아가 융화에는 음성학적 이유와 음운론적 이유가 있다. 음운론적인 이유는 예를 들어 이런거다. 음소였던 두 말소리가 있다. 그런데 특정 환경에서 두 말소리를 구분하는 게 그닥 의미가 없다 (기능부담이 낮다). 그럼 사람은 게을러서 두 소리를 변별 안하게 된다. 이렇게 중화가 시작되고 통시적으로 진행되다보면 융화가 완성된다. 

음성학적인 이유도 있다. 단순히 기능부담이나 빈도나 기타 음운론적 이유를 충족했다고 다 중화가 되는 건 아니다. 조음 목표가 유사하거나 음향적으로 유사하면 중화가 쉽다.

한국어 모음 ㅐㅔ가 점점 융화된 과정을 생각해보면 납득이 갈 것이다.

 

다시 만두 먹는 상황으로 돌아와서,

 

만두가 뜨거우면 혀를 구강 바닥에 바짝 붙이고 연구개를 긴장시켜서 인두벽에 붙인다. 이렇게 입안에 공간을 확보한다.

 

과장하자면 위 그림과 같다.

 

 

이건 혀나 연구개를 데이지 않기 위한 본능적 전략이다. 사실 말하는 것보다는 혀와 입천장을 데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그 결과 조음기능을 일부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혓날 (coronal)을 쓰지 못하고 콧구멍(비강)으로 가는 공기흐름이 막혀 비음을 쓰지 못한다. 

 

이렇게 조음적 제약이 가해지면 당연히 모든 자음들은 [h]로 중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모음은 어떠한가. 모음은 제약이 가해진 혓날을 쓰지 않고, 혓몸과 입술을 이용해서 조음한다. 만두를 입 앞쪽으로 먹는다고 쳤을 때 혓몸은 다소 자유롭다. 그래서 모음은 비교적 잘 나올 수 있다.

 

즉, 뜨거운 만두 중화는 철저히 음성학적 이유로 발생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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