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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언어학

'금일'과 '당일'의 차이

sleepy_wug 2025. 11. 17. 14:33

0. 요약 

P-side 연구자가 한국어의 '오늘', '금일', 그리고 '당일'에 대해 멋모르고 떠들어봅니다. 아마도 금일은 반드시 문맥 외 '발화'의 시점을 기준점으로 삼아야 하는 듯하고, 당일문장 내에 기준점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Temporal indexical과 indexical shift도 핥핥합니다.

 

'금일'과 '당일'의 의미화용론은 전공자들한테는 시시할 수도 있지만 저는 생각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요.

 

목차

     

     

    1. 한국어 절망편: '금일'과 '당일'

     

     

     

     

     


    The item included is used under the principles of "fair use" as outlined in Section 107 of the Copyright Act of 1976. It is provided solely for educational purposes to facilitate learning, research, and the advancement of knowledge. 여기 포함된 자료는 미국 1976년 저작권법 제107조에 명시된 "공정 이용" 원칙에 따라 사용됩니다. 학습, 연구 및 지식 증진을 촉진하기 위해 오직 교육 목적으로 제공됩니다.

    출처: https://www.instagram.com/p/DQ6ph7mifh5

     

     

     

    한러 동시통역사 이에바 님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영상 하나가 무척 흥미로웠다. 흥미로운 부분 발췌:

    예문이, "금일 안으로 서류를 작성해주세요.", "금일 휴업"... 그니까 이제 오늘인 거지. "오늘 휴업" 근데 이제 오늘이라고 하지 않고, '금일'이라고 하는 거에요.
    그리고 "당일"이라고 하면, "당일 휴업...?" 그럼 "설 당일 휴업" 이렇게는 얘기하잖아요.
    요건 또, "회의의 결과물을 당일 제출해 주십시오" "회의의 결과물을 금일 제출해 주십시오"도 되기는 하잖아요.

     

    한국어의 표현 '금일'과 '당일'은 의미가 유사한 것같다. 모두 '오늘'과 유의어다.

     

    a. "회의의 결과물을 당일 제출해 주십시오"
    b. "회의의 결과물을 금일 제출해 주십시오"

     

    (a) 와 (b)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다소 의미가 다르다. 

     

    회의를 목요일에 했다고 치고 오늘은 아직 목요일이다. 

    이때는 (a)와 (b)가 의미가 같다. 결과물은 목요일에 제출해야 한다.

     

    회의를 목요일에 했다고 치고 오늘은 다음날인 금요일이다.

    이때 (b)는 말이 된다. 금요일 퇴근하기 전에 결과물을 제출하면 된다.

    그런데 (a)는 화용적으로 어색하다(infelicitous). 만약 누군가 이 상황에서 (a)를 말했다면, "그럼 어제로 돌아가서 결과물 제출하라는 건가?" 라고 의아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직관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a)의 '당일'은 회의 한 날과 같은 날을 의미하는 것 같고, (b)의 '금일'은 말하고 있는 지금 그 날을 의미하는 것 같다.

     

     

    2. 시간지시어와 anchor

    오늘, 어제, 지금, 금일, 당일... 이런 표현을 시간지시어(temporal indexicals)라고 하는데, 이런 표현들은 정확히 어느 시간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1월 1일", "오전 2시 30분", "2025년" 같은 표현이 명확한 시점을 의미하는 것과는 다르다.

    프로그래밍을 안다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 "1월 1일", "오전 2시 30분", "2025년" 같은 표현이 변수(variable)에 해당한다면, 시간지시어는 포인터(pointer)에 해당한다.

    시간지시어는 의미해석을 위해 anchor가 필요하다. "지금 재채기가 나오려고 한다" 라는 표현에서 재채기가 나오려는 순간인 '지금'은, 말그대로 매순간 달라진다. 바로 대화맥락(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이 곧 재채기가 나오려는 순간이다.

    시간지시어가 의미를 가져오는 anchor는 Utterance Time (UT), Attitude Time (AT) 이렇게 두 종류가 있다.[각주:1] UT는 화용적 맥락으로서 해당 발화가 일어난 시점을 말한다. AT는 '문장 내 세상'에서의 시간을 말한다.

     

    예시를 들어보자.

    c. 11월 17일에 이 말을 한다: "그제 민정이는 지영이가 오늘 간장게장을 먹었다고 말했다"

     

    민정이가 말을 했다는 "그제"가 정확히 며칠을 말하는지 알려면, 문장 밖의 정보인 "11월 17일"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이틀을 돌리면 11월 15일. 즉, 민정이는 11월 15일에 말을 한 것이다. 문장 밖, 발화시점을 보았으니 "그제"라는 시간지시어는 UT로부터 의미를 가져온 것이다. 즉 아래 문장 (d)는 (c)와 의미가 같다.

     

    d. 11월 15일에 민정이는 (...) 먹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영이는 간장게장을 언제 먹었을까? 문장 상에는 "오늘"이라고 적혀있는데, 이것도 시간지시어니까 마찬가지로 UT로부터 의미를 가져오면 될까? 그렇게 하면 아래의 문장 (e)와 같이 된다.

     

    e. * "11월 15일에 민정이는 지영이가 11월 17일에 간장게장을 먹었다고 말했다"

     

    한국어는 과거시제를 표시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미래사건에 대해 과거시제를 쓰면 안 된다. 그래서 (e)는 아예 불가능하다.

     

    사실 '오늘'은 UT가 아닌 AT로부터 의미를 가져온다. 즉, 대화가 이루어지는 현실세상은 일단 잊어버리고(?!?!?!) 문장 속 시간에 몰입하여서(?!?!?!) 그 안에서 며칠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문장 속의 시간은 11월 15일이다. '오늘'은 이 시간에 anchor를 두고 의미를 가져온다. '오늘'은 anchor와 동일한 날짜를 의미한다. 지영이가 간장게장 먹은 날짜는 민정이가 말을 한 날짜와 같은 날짜인 11월 15일이 된다.

     

    2.1 Indexical Shift

    여기서 한단계 더 들어가면 Indexical shift (혹은 shifty indexicals) 라는 개꿀잼 언어 현상이 있다!

    이런 문장을 생각해보자.

     

    (ㄱ) "미나는 어제 지아가 내일 올 것이라고 했다"

     

    이때 지아가 온다는 날짜인 '내일'은 한국어에서 모호하다(ambiguous). '내일'의 anchor는 (c)처럼 평범하게 AT일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UT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11월 17일에 (ㄱ)문장을 말했다고 했을 때,

    만약 '내일'의 anchor가 AT라면, 미나가 말한 건 11월 16일, 지아가 오는 건 11월 16일로부터 '내일'인 11월 17일이다.

    그러나 '내일'이 UT에 anchor를 둔다면, 지아가 오는 건 UT인 11월 17일로부터 '내일'인 11월 18일이다.

     

    이렇게 통상적으로 AT를 anchor로 갖는 시간지시어가 UT를 anchor로 삼아버리는 것을 indexical shift라고 한다. 모든 언어가 indexical shift를 보이는 건 아니다. 그러나 Park 2014[각주:2]에 따르면 한국어는 indexical shift가 가능한 언어다.

     

    3. 다시 '금일'과 '당일'

    '금일'과 '당일'의 핵심 의미는 아마도 동일할 것이다. 즉 "같은 날" 정도가 핵심 의미다.

    그러나 '금일'과 '당일'의 차이는 무엇을 anchor로 삼느냐에 있다. '금일'은 UT가 필요하고, '당일'은 AT가 필요하다.

     

    a. "회의의 결과물을 당일 제출해 주십시오"  → '당일'의 anchor는 '회의'라는 유사AT. 즉 제출일=회의날
    b. "회의의 결과물을 금일 제출해 주십시오" → '금일'의 anchor는 UT. 즉 제출일=말하고있는 날

     

    모든 문장은 발화시점을 가지기에 UT anchor는 통상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금일'은 대체로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AT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당일'은 어색할 것이다.

     

    ?"당일 영업" 이라는 표현은 발화시점이 존재하더라도 어색하다. 정확히 며칠에 영업을 한다는지가 문장 내에서 불명이기 때문이다. "설 당일 영업" 처럼 '설'이라는 anchor가 표현 내에 존재한다면 (즉 유사 AT) 자연스럽다.

     

    한편 '금일'이 UT를 anchor로 가지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나서 비문이 되는 문장도 만들 수 있다.

    f. ??"금일 보고서를 제출할 것인데, 다시말해서 일주일 뒤에 제출한다는 것이다"

    근데 이때는 '일주일 뒤'라는 유사 AT가 언어 표현 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당일'은 덜 어색할 것이다.

    g. "당일 보고서를 제출할 것인데, 다시말해서 일주일 뒤에 제출한다는 것이다"

     

    문장 (f), (g)에 대한 직관을 다른 사람들도 공유하는지 무척 궁금하다. 댓글에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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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UT, AT 이런 것은 Amy Rose Deal의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다른 시스템으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Reichenbach tense system 도 있다. '그게뭔데씹덕아' 한다면, 한국 영어교육 커리큘럼에서 시제 가르치는 표준틀이 바로 Reichenbach tense system일 것이다 (아마도?). 즉, 과거형은 E < S, R = E. 현재완료는 E < R = S 할때 그 E, S, R 이런거다. [본문으로]
    2. Park, Yangsook. 2014. Indexical shift and the long-distance reflexive caki in Korean. M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