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은 어려워] 5. 윤리심사받기 (2)

 

(지난이야기: 한국어 유음화 실험하려고 IRB심사 냈는데 갑자기 윤리위원회에서 얼굴좀 보자고 미팅을 잡아버렸다! ['실험은어려워' 시리즈 보기])

 

윤리심사위원회에서 만나서 이야기좀 하자고 일정 잡자는 메일이 왔다. 난 PI (교수님)에게 이런 게 흔한 일이냐고 물어봤는데, 자기도 처음이라고 했다.

 

어쨌든 빨리 일정을 잡아서 미팅을 했다. 사실 도대체 뭘 위한 미팅인지 감이 안 잡혀서 좀 많이 걱정을 했는데, 다른 것은 없었고 그냥 심사결과 내기 전 그냥 얼굴 보면서 실시간(?)으로 물어보고 답하고 하면 효율적이라서 미팅을 잡는다고 했다.

 

미팅에서 물어봤던 건 주로 참가자 모집에 관한 것이었다.

 

첫째, 현찰지불로 보상하는 것에 관해서 질문을 받았다. 나는 연구비한도 내에서 한 사람당 정해진 액수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추첨을 통해 경품을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경품지급이 조금 꺼려졌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냥 복잡한 게 싫어서였다. 만약 정해진 보상이 아닌 경품으로 보상할 경우에는, 경품의 경쟁률 등을 확정하여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또 실험 동의서에 '보상' 섹션도 적는게 까다로워진다. 안 그래도 복잡한 부분이 많고 많은데 굳이 더 복잡하게 만들 필요는 없을 듯했다. 그런데도 경품을 통한 보상을 하는 이유는, 적은 액수로 많은 피실험자를 모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0만원 예산이라 했을 때, 한 사람당 만원 씩 고정적으로 보상하면 40명 모집하게 되는데, 만약 경품으로 1만원 지급하면 50명, 60명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내 경우는 사실 계획했던 피실험자도 다 모집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굳이 경품을 할 필요는 없었음.

 

그런데 경품으로 보상하는 게 가능한지 아닌지는 각 학교 IRB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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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방언사용자를 배제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받았다. 한국어 유음화 양상에서 방언 차이가 존재한다는 선행연구를 제시하지 않으면, 방언사용자를 배제할 타당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지적받았다. 사실 윤리적으로 이게 마땅한 것이라고 납득은 한다. 언어학 연구가 그 무슨 중요한 대의명분을 가진다고 누군 참가 가능, 누군 참가 불가능 이렇게 가려서 받을 수 있겠는가? 근데 애초에 내가 연구계획서에 서울말 사용자만 모집하겠다고 한 이유는 피실험자군을 최대한 homogenous하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나중에 PI와 대책회의(?)를 하면서, 그냥 방언 사용자 가리지 않고 모집하여 실험 진행하고, 다만 분석할 때 post-hoc으로 방언별 차이를 재분석돌리는 방향으로 하자고 이야기가 되었다. 그래서 '서울말 화자만..' 조항은 철회.

 

마지막으로 실험단어 목록을 첨부해서 보강해달라고 요구를 받았다. 난 왜 IRB가 실험단어 목록을 요구했나 여전히 이해하지를 못한다. 다만 '완결성'의 측면에서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할 뿐이다. 무슨 종이 장수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험단어를 아직 안 만든 것도 아니고, 첨부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그리하여! 미팅은 무사히 잘 끝났고, 2주쯤 뒤에 IRB 통과되었다는 확인서를 받게 되었다. 윤리계획서에 적은대로 실험을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

 

이제는 내 실험을 알리기 위한 홍보의 시간이다.

(실험은 어려워 시리즈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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