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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 논문을 인용한다는 것은

sleepy_wug 2026. 4. 11. 00:42

인용의 본질은 딱 두 가지다. (1) 맥락화, (2) 논문 이해에 도움이 되는 추가정보 제공

 

어떤 한국 저널에 투고를 했다가 받은 코멘트 때문에 조금 화가나서 아예 투고 생각을 접었다. 철회하고 다른 데 투고할거다. 2번 리뷰어가 누군지 그냥 보일정도로 특정 저자의 논문들을 나열해놓고 왜 인용 안했냐는 투로 리뷰를 남긴 것이다.

 

맥락하고도 무관하고 내 논문이랑 키워드가 겹칠 뿐 아예 관심이 다른 논문들이다. 그런 건 인용하면 안 된다. 맥락도 주지 않고, 내 논문 이해하는 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맥락이라고 하면 막연한데 사실

  1. 다루는 언어의 레퍼런스 문법
  2. 현상에 대한 관점
  3. 공격하고자 하는 지점

딱 이 세가지로 떨어지지 않는 인용이면 쓸데없는 인용인 것같다.

 

한국어 두음법칙이 외래어에서 적용되는 방식에 대한 논문을 쓴다면 옛날옛적 Sohn이 됐든 최근의 Shin et al 이든 레퍼런스를 하나 잡아서 두음법칙이 뭔지 기술하고, 그리고 외래어의 두음법칙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논문을 인용하고, '기저형 ㄹ 포함이더라도 고유어와 외래어 간 문법이 다르다' 라는 co-phonology 공격하고싶으면 IOZ논문[각주:1]과 한국어에 이거 적용한 논문을 주요 포인트와 함께 인용한 다음 본인의 논의를 진행하면 된다. 뭐 무슨 김똥개가 두음법칙의 역사에 대해 뭔 논문을 썼느니 이개똥이 두음법칙의 방언 차이에 대해 논문을 썼느니 이런 논문은 무슨 가십거리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인용하면 안 된다.


리뷰어가 대놓고 인용해줘 하고 있는 꼬라지를 보고나서, 다시 그 저널에 실린 최근 논문들을 찬찬히 읽으니, 여긴 인용이 친목 용도 혹은 '나 이렇게 공부 많이 했어' 과시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냥 아무 거나 갖다 붙여놓는 듯하다.[각주:2] 인용을 그런식으로 한다면 저자가 각각을 제대로 소화를 해서 의견(take)이나 맥락화하는 게 아니니 그냥 장식용이 아닌가? 그럼 독자들도 그냥 인용-인용-인용으로 구성된 문단은 그냥 건너뛰어가며 읽게 될텐데 이게 도대체 뭔 공간낭비/시간낭비인가?

 

분야가 고도화되다보면 어떤 저널논문이든 그 분야를 완전히 아는 독자가 드물다. 그래서 논문에서 맥락을 빠르고 정확히 짚어주고 이 논문에서 뭘 하려는지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맥락없는 인용을 남발하면 오히려 맥락이 뭔지 알기가 어렵다. 

 

단행본도 아니고 저널 논문인데 단순히 특정 저자를 '인용'하기 위해서 무슨 저인망어선 수준의 맥락을 구성해야 하나? 그러려면 아주 막 태고적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같다.ㅋㅋ 솔직히 SPE를 인용할 정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정도로 계보가 다른데ㅋㅋㅋㅋ

 

인용을 많이한다고 좋은 논문인 것도 아니고, 인용이 많이 된다고 반드시 좋은 논문인 건 아니다. 촘스키의 학위논문 Morphophonemics of Modern Hebrew는 인용한 문헌이 5개인데 책으로 나왔다. 쇼펜하우어는 니체에 의해 맥락화되기 전엔 크게 인용되지 않았다. 뭐 물론 두 사례 모두 좀 많이 아웃라이어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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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kelas, Sharon, Orhan Orgun, and Cheryl Zoll (1997) The implications of lexical exceptions for the nature of grammar. In Derivations and Constraints in Phonology, ed. Iggy Roca, pp. 393–418.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본문으로]
  2. 사실 논문에 학자간 친목의 장이 없는 게 아니다. 각주를 통해 많이 친목한다. "이 아이디어/인사이트를 준 누구누구한테 ㄱㅅ" 이런거 각주로 많이 달아놓는다. 친목을 하고 싶으면 이런 식으로 해야하는 게 아닌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