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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몸으로부터 자유로운 음운론

sleepy_wug 2024. 6. 18. 06:28

목차

     

     

    1. 몸과 정신의 문제

    이론언어학의 제분야 중 음운론은 몸에 가장 가깝다. 음운론은 부정할 수 없는 "이미 주어진 환경"이 참 많다. speech chain을 상정하는 게 기본이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소리라는 음성학적(물리적, 음향학적) 실체를 결코 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음운론의 궁극적 연구대상은 정신에 있다.

     

     

    한번은 개론수업에서 한번은 음성학과 음운론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악보와 연주'의 비유를 든 적이 있다. 음운론은 composition, 음성학은 play라고 했다. 바흐나 비발디 등 바로크시대 작곡된 건반곡들은 합시코드로 연주될 수도 피아노로 연주될 수 있다. 건반곡의 composition은 음운론의 위치이고, 피아노로 연주하냐 합시코드로 연주하냐, 악보에 안 써있는 디테일을 어떻게 다루느냐 등은 연주자의 위치이다.

     

    어느 비유가 그러하듯 이것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즉석에서 내뱉은 아무말 치고는 곱씹어볼수록 맞는 말인 것 같다. 예컨대, 음운론의 포텐셜이 몸에 의해 제약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아무리 작곡가의 재량껏 작곡할 수 있어도, 엄청 거리가 먼 건반 4개를 동시에 치는 곡을 작곡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러나 가능은 하다. 마찬가지로 어떤 연쇄는 음운론적으로 (논리적으로) 가능은 한데 그게 실제로 발음될 수는 없다. 

     

    음운론은 악보를 읽고 쓰는 일에 관한 학문이다. 그 과정에서 음악의 녹음파일을 들을 수도, 연주를 시켜볼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2. Phonetically-baseless phonology

    Phonetics는 엄밀하게 정의되지 않은 듯하다. 두 가지 뜻으로 양분되는 듯하다.

     

    첫째는 phonology에 비해 세부적이고 실제적이고 양극값을 가지지 않는 디테일을 phonetic하다고 하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음성학은 적절한 번역어가 아닐 수도 있다.

     

    둘째는 phonetics를 '음성'학으로만 한정했을 때, 말소리의 실현양상을 다루는 것을 phonetic하다고 하는 듯하다.

     

    두 번째 의미를 택한다면, 1. modality를 달리하는 수어의 음운론이나, 2. 몸을 가지지 않는 수학적 모델의 음운론은 아마도 phonetically-baseless phonology일 것이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관념이 구현되는 디테일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는 phonetically-based일 것이다. 수어의 음운론은 Hand configuration, Location, Orientation 이 디테일이고, transformer model도 attention weights가 디테일이다. 이것들은 양극값을 가지지 않고 gradient한 자질들이다.

     

    3. 하나의 phonology 다양한 phonetic realizations

    수어의 음운론과 몸이 없는 음운론을 연구하는 것에는 아주 큰 전제가 있다. 즉, 입말, 수어 등등의 modality를 초월한 하나의 음운부가 있다는 것이다. 몸으로부터 자유로운 하나의 정신이다.

     

    흔히 공부를 어줍잖게 한 사람들 중 음운작용의 존재이유를 "발음하기 편해서"로 다 주어넘기는 사람들이 있다. 몸에 묶여서 어쩔수 없이 음운부의 포텐셜이 온전히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음운작용 중 일부는 아마 "발음하기 편해서" 일어나는 것일테다.

     

    그러나 그게 전부일까? 발음이 편해지지 않고 불편해지는 ㄹ경음화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이럴 때 형태론으로 덤핑해버리고 나몰라라 하는 게 대세인 건 아는데, 그러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아마도 이건 몸이랑은 관련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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