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타과생을 대상으로 하는 언어학 교양과목을 하면서 기말 조별과제로 language survey를 냈다. 이제 학기가 끝나가고 있어서 제출을 다 받았고, 채점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드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글을 쓴다.
Language survey는 말그대로 잘 연구되지 않았거나(understudied) 화자 수가 적은 소수언어를 골라 조사를 하는 것인데, 대체로 reference grammar를 채택하고 거기에서 소개된 문장이나 표현 등을 보고 언어자질(feature)을 정리하여 제시하는 것을 요구한다. 주로 학부 1학년 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훈련시키는데, 이런 연습이 고학년 때 혹은 대학원 가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language survey를 타과생 교양과목에서도 시도하게 되었다.
그냥 하면 과제의 난이도가 너무 쉬우니까 몇 가지 제약을 건다. 이번에는 세 가지 제약이 있었다.
1. 채택한 언어의 화자 수가 x명 이하이고 조원 중 누구도 화자가 아니어야 한다.
2. singulative나 pluractionality 등 typologically rare 일정 목록의 언어자질 중에서 자질 3개를 선택하여 조사해야 한다. (선택 가능한 자질 목록은 사전에 제시해줌)
3. 수업언어(영어)와 동일한 자질값을 가지는 경우 그 자질은 소개할 수 없다.
아무래도 교양과목이다보니 학생들이 깊이 관여하지 않는 모양이고, 기말 과제물 평가물도 엉망진창이다.
그런데 유독 빛나는 조가 있었다. 그 조가 어떻게 과제를 했는가를 살펴보니 납득이 갔다.
애초에 그 조는 처음부터 office hour등의 기회를 이용해 teaching team의 자문을 구했다. 특히 어떤 언어를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 일찍이 질문을 했다.
자질을 먼저 선택하고 언어를 택하려니 비록 WALS 등의 자료가 있으나 마땅치 않고, 언어를 먼저 선택하려니 애초에 그 언어에 어떤 자질들이 유효한지 알 수 없으니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것은 TA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이메일도 좋고 office hour에 오는 건 더 좋다. 왜냐면 그런 과제를 이미 옛날에 해본적이 있고, 이번 학기에 과제를 내기로 구상하는 회의를 할 때, 회의 중에 오간 예시 언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제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언어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걸 teaching team은 이미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call on 하면 그런 언어들이 입밖에 나올 수밖에 없다.
영리하게 과제를 하는 건, 결국 반발짝 빨리, 사람을 만나 얘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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