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요약
저는 음운론을 전공하는 박사과정생입니다. 그러나 통사론에도 호기심이 있습니다. 음운론에서는 선수 역할을 해야한다면 통사론에서는 관중의 입장이 되므로 흥미롭게 그리고 부담없이 공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통사론은 정말 어렵고, 통사론자들 중에는 천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통사론자 여러분 정말 존경합니다.)
제가 통사론, 특히 한국어 통사론이 알고싶어서 읽었던 책들이 있습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그 책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한국 대학교 학부 3학년 통사론에서 B받을 정도의 수준에서, 박사과정 중 통사론으로 졸업자격논문을 쓰기 위해 최소주의 통사론 논문들을 읽는 수준에 이르기 까지, 제가 접한 책들과 자료들을, 그냥 책 목록과 간단한 설명을 나열하겠습니다. 읽은 순서대로입니다. 1
목차
1. 혼자 읽은 책
혼자서 읽은 책 중에 매우 도움이 되었고 그래서 추천하는 책들의 목록입니다.
Linguistic Minimalism (by Cedric Boeckx) [출판사 링크] [알라딘 링크]
이 책은 교과서가 아니라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학부 졸업학기/대학원 진학 직전에 상당히 흥미롭게 읽은 책이고, 최소주의와 '통사론적 논증'의 매력을 맛보게 해준 고마운 책입니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으면 통사론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학부 언어학 개론 정도의 배경지식을 전제하나, 글이 명확하게 쓰여져 있으니 영어독해가 가능하다면 배경지식이 없어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Rhyme and Reason (by Juan Uriagereka) [출판사 링크] [알라딘 링크]
이건 정말 특이한 책입니다. 판형도 독특합니다. 사실 통사론 책이라기보다는 더 큰 범위에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를 배울 수 있는 '이야기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이 책의 이야기는 언어학자가 어느날 밤 산책을 하다가 '낯선이'를 만나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언어학자와 낯선이는 인간의 정신이란 무엇인지, 언어가 무엇인지 대담을 합니다. 이 책은 그 대담을 적은 대화록의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의 첫 페이지를 보여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특히 1장과 2장이 인상적인데, 왜 최소주의적으로 (통사론 말고도 모든) 언어학이 구성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들어준 책입니다.
한국어 생성 통사론 (김용하,박소영,이정훈,최기용) [알라딘 링크]
이것은 챕터북입니다. 각 챕터를 다른 교수님들이 쓰신 것 같은데, 챕터 간 다소 독립적입니다. 하나의 체계를 잡기 위한 책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고 한국어 통사론의 주요 연구주제가 뭔지 알수 있는 책 같습니다. 이미 어느정도 통사론 지식을 전제하는 듯합니다. 통사론이 뭔지 조금 감을 잡은 상태에서 '한국어 통사론자들의 관심'이 어떤 부분에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또한 이 책은 하나의 '포털'같은 역할을 하는데, 무슨 뜻이냐하면, 한국어 통사론에 대한 매우 좋은 논문들과 책들을 인용하고 또 소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책을 읽어도 큰 그림을 잡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그 역할은 아래에 소개하는 '국어의 매개변인 문법'이 했습니다.
국어의 매개변인 문법(유동석) [알라딘 링크]
이것은 부산대 유동석 교수님의 박사학위 논문이 1995년에 책으로 나온 것인데, '한국어 생성 통사론'에 인용된 것을 계기로 찾아 읽었습니다. 어떤 하나의 체계로 국어 통사론을 일관성있게 바라보기 위한 출발점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통사론 논문들은 대개 하나의 현상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나 한국어 통사론의 숲을 바라보는 하나의 레퍼런스 틀도 필요합니다. 이 책은 그런 역할을 하는 책인 것 같습니다.
물론 100퍼센트의 진리는 없고 공부의 목표를 '진리'에 두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이 책을 경전처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러차례 읽으면서, 특히 지배결속이론(GBT) 교과서인 Haegeman (아래에 소개됨)을 옆에 두고 읽으니, 차츰 한국어 통사론의 큰 그림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2. 같이 읽은 책
이와는 별개로 수업 시간에 교과서로 썼거나 혹은 스터디를 통해 '같이' 읽은 책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접한 순서입니다)
Syntax: A Generative Introduction (by Andrew Carnie) [출판사 링크] [알라딘 링크]
석사 때 자격시험 준비를 위해 스터디했던 책입니다. 너무 유명한 교과서라서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동기와 함께 스터디 했는데 방법은, Part 4 Advanced Topics의 챕터 하나를 한주에 하나씩 걸쳐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앞 파트에 있는 챕터를 같이 공부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2023년 8월 기준, 4판이 최신판인 것 같은데, 제가 읽은 건 3판이었습니다. 기억하기로는 Carnie가 쓴 통사론 교과서가 수준별로 다양한데, 만약 이 책이 어렵다면 조금 쉬운 수준의 책을 먼저 읽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Understanding Minimalism (by Hornstein, Nunes, Grohmann) [출판사 링크] [알라딘 링크]
수업시간에 교과서로 썼던 책입니다. 한 학기동안 한 챕터씩 열심히 진도를 나갔는데, 내용을 완전히 다 이해했다기 보다는 개념 그림만 그렸습니다. 덕분에 이후에 간혹가다 "이거 뭐였더라" 할 때 찾아보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럴 일이 상당히 많아요)
영어통사론(문귀선, 안성호, 김선웅, 윤종열, 안희돈, 이병춘, 이광호, 정연진, 양현권) [알라딘 링크]
이 책도 석사때 스터디하면서 읽었습니다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읽는 내내 아리송하고 분명 한글로 된 책인데 글이 무슨뜻일까를 머리싸매고 고민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각각의 챕터를 다른 선생님이 쓴 것으로 보이는데 학습의 난이도 (내용의 난이도가 아닙니다!) 가 중구난방했습니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홀수 챕터는 글이 잘 읽히고 명확하다면 짝수 챕터는 책을 집어던지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혹은 짝수 챕터가 재밌었고 홀수 챕터가 개판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3
Introduction to Government and Binding Theory (by Liliane Haegeman) [출판사 링크] [알라딘 링크]
지배결속이론(GBT: Government and Binding Theory)의 유명한 교과서입니다. 수업시간에 교과서로 썼습니다. 지금 찾아보니 1판과 2판이 있는데 어떤 판본을 썼나 모르겠습니다. 뒤로 갈수록 어려웠던 기억이 나는데, 학기가 끝나고 다시 꺼내 읽을 일은 잘 없었습니다. 이 책을 생각하니 뜬금없이도 Gamma feature랑 gamma marking이 생각나는데, 아마 가장 난해하게 생각해서 고민을 많이했던 개념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기랑 가을의 어느 일요일 오후에 도서관에서 이게 뭘까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glossary를 찾아보니 gamma marking이 이렇게 정의되네요. "gamma-marking (n.) A term used in government-binding theory for a feature [+gamma] which is assigned to EMPTY CATEGORIES that are properly governed. EMPTY CATEGORIES that are not properly governed are assigned [–gamma]." '적절히 지배된 공범주는 [+gamma]이고 그렇지 않은 공범주는 [-gamma]' 라고 합니다. "적절히 지배" 역시 개념어이고 지금은 설명하라면 설명 잘 못할 것 같네요. 지배결속이론은 심오하고 그래서 통사론도 심오하고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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