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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으로 박사유학/GRE

GRE 언어추론(verbal) 어떻게 공부하지

sleepy_wug 2023. 4. 11. 10:43

 

0. 요약

GRE 언어추론(verbal reasoning)은 높은 난이도의 텍스트를 얼마나 잘 읽는지 평가합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어휘력독해력을 훈련해야 합니다. 저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GRE 준비를 했는데, 어휘력 훈련을 위해서는 ankiMemrise 그리고 독해력을 위해선 Arts & Letters Daily 를 활용했습니다.

 

훈련과 별개로 문제풀이 연습도 중요합니다. GRE는 문제은행식이기 때문에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감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GRE 연습문제를 풀었던 경험에 대해서는 다른 글[링크]에서 조금 다루었습니다.

 

골치아픈 GRE

 

 

 

1. 급하게 한 언어추론 공부

저는 2016년 12월 미국/캐나다 대학원 원서접수를 앞두고 GRE 성적이 급해서 여름방학동안 공부해서 시험을 봤습니다. 한국에서 석사논문 작성을 병행하면서 공부해야 했기에, GRE를 위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 돈이 없던 것은 물론입니다.

 

따라서 저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단지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간 자기 전에 틈틈이 '훈련'을 했습니다. 간혹가다 다른글 [링크] 에서 소개한대로 문제풀이 연습을 했고, 여름방학이 끝날무렵 시험을 봤고 아래는 결과입니다.

 

디지털 풍화가 되어버린 나의 성적표😥

 

(점수대 별로 갈 수 있는 대학원 가늠해보기)

 

GRE는 언어추론(verbal reasoning), 수리추론(quantitative reasoning) 그리고 글쓰기(analytical writing)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GRE 시험 자체와 시험 구성에 대해서는 "문과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되기 프로젝트"님의 블로그에 자세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블로그 링크]

 

GRE의 세 영역 중에서 수리추론이 가장 쉬운 것 같습니다. 중학교 3학년(?) 정도의 난이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시험 며칠 전 연습문제만 풀어보면서 감을 익혔습니다. 

 

문제는 언어추론입니다!! 언어추론 점수를 잘 받기 위해서 저는 문제를 풀기보다는 어휘력독해력 훈련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휘력과 독해력에 목매달고 그것만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지하철타고 이동하는 동안이나 화장실 쓸 때, 핸드폰으로 혹은 킨들을 이용해서 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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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력과 독해력 모두 책상에 앉아서 준비한 적이 없기 때문에 저의 과정은 '공부'라기보다는 훈련인 것 같습니다.

 

이 글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어휘력과 독해력 각각 어떻게 해결했는지 저의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더보기

글쓰기 영역.....은, 저는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성적도 좋지 않습니다. 저는 그냥 GRE verbal 지문 구성 흉내내서 답을 썼는데("니 똥냄새 니가 맡아봐라!"ㅋㅋㅋ 영어론 "taste of your own medicine!")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왔습니다. 아마도 채점자가 쾌변을 하고 채점을 했나봅니다. 사실 4.0이면 59%에 해당하는 점수라 부끄럽습니다. 결코 자랑스럽지 않습니다.

 

 

2. 어휘력: Anki deck과 Memrise 활용

저는 한 때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의 학습 이론에 매혹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심리학자도 아니고 학습 전문가도 아니지만 이게 뭔지 간단히 옮겨오자면, 사람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망각을 하고, 망각을 할 무렵 다시 동일 자극을 주면 망각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자극은 짧은 간격, 이미 어느정도 각인이 된 자극은 더 큰 인터벌을 두고 제시해주면, 효율적으로 암기할 수 있다는 이론입니다.

 

[각주:1] https://doi.org/10.1145/3178158.3178206">
Image from Chun and Heo (2018)[각주:2] https://doi.org/10.1145/3178158.3178206

 

 

"어휘력은 단어와 그것의 뜻을 암기하는 것" 정도가 그 당시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에빙하우스 이론에 따라 암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에빙하우스에 기반한 암기 툴인 Anki와 Memrise를 활용했습니다. 물론 어휘력에는 형태-의미 매칭 그 자체 이외에도 사용역이라든지 맥락 등 더 중요한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GRE 성적이 급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단어가 나왔을 때 그게 뭔뜻인지 아는 것 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에빙하우스로 충분(?)했었나봅니다. 에빙하우스 이론에 대한 비판은 [여기]를 참고해주세요.

 

2.1 Anki: 안드로이드 앱(ankidroid) 및 웹 인터페이스(ankiweb)

Anki 는[각주:3] 전통적인 플래시카드처럼 앞면 뒷면으로 구성된 각각의 아이템들을 시간차를 두고 노출시켜주는 간단한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단어 카드의 앞면을 보여주고, 사용자는 그것을 "안다" "모른다" 응답을 합니다. 그것이 front-end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아는" 단어는 좀 시간을 두고 다시 노출시키고, "사용자가 모르는" 단어는 더 짧은 시간을 두고 다시 노출해줍니다.

 

Anki에 대해서는 여기 [Anki 웹사이트 링크] 에서 더 알아볼 수 있습니다.

 

Anki에서 플래시카드의 집합은 Deck이라고 합니다. GRE 공부를 위한 단어들을 모아놓은 deck이 많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당장 검색을 해봐도 이것 [링크] 이 있고, reddit thread에서도 논의가 이루어집니다.[reddit 링크] 그러나 제 경우는 deck을 만드는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아무 deck이나 다운로드 받아서 공부했습니다.[각주:4]

 

제가 사용한 deck

 

Ankidroid의 인터페이스는 위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맨 위에 있는 insurrection만 화면에 노출되고 화면 하단에 "SHOW ANSWER" 버튼을 탭하면 위 캡처와 같이 정답과 함께 외웠나 안외웠나 선택하는 버튼들이 나옵니다.

 

Anki의 장점은 안드로이드 앱과 온라인을 통해 동일한 Deck에서 단어 암기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 학교에 출근할 때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Anki앱을 활용했습니다. 안드로이드 앱 Ankidroid 와 웹 인터페이스 Ankiweb 모두 무료입니다.

 

 

 

2.2 Memrise: 웹 인터페이스

Memrise 역시 Anki와 마찬가지로 에빙하우스 망각 이론에 기반한 무료 학습 도구입니다.

 

Memrise는 따로 앱이 없고 웹 인터페이스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래의 주소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https://www.memrise.com/

 

Anki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기계적인 면이 있어서 정이 안 갔는데 Memrise는 노랑색 테마에 뭔가 둥글둥글하고 각종 색깔의 예쁜 GUI를 가지고 있어서 좋았습니다. Anki가 고등학교 수학II 책이라면 Memrise는 초등학교 1학년 수학익힘책같달까요? (요즘도 수학익힘책 있나요?)

 

암기했는지 테스트하는 과정도 Anki가 단순히 "이 단어 아니 모르니?"만 점검한다면 Memrise는 좀더 역동적(?)입니다. 4지선다 식으로 고르는 문제도 있고 그랬습니다.

 

Anki의 deck에 해당하는 개념이 Memrise에서는 Course입니다. 하지만 Memrise는 Anki에 비해 GRE를 대상으로 한 암기 Course가 많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Memrise는 보조수단으로, 가끔 anki 하루치를 다 했는데 시간이 좀 남았을 경우 등에만 했습니다. 아래는 제가 사용한 Memrise course들입니다.

 

Country flags 재밌어요.

 

 

2.3 Disclaimer

그런데 심리학 전공자들에게 물어보니 에빙하우스 이론은 실제 학습에는 그닥 도움이 안 된다고 하네요. 왜냐면 에빙하우스의 망각이론은 말그대로 진공상태에서 무작위(arbitrary)한 매칭을 암기 하는 과정을 모델링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단어 암기의 과정에서는 다양한 맥락이 작용하기 때문에 에빙하우스 곡선을 가장 보수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어의 유사성을 통해 쉽게 연상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며, 어근에 대한 감각이 있다면 어려운 단어의 뜻을 더 쉽게 짐작할 수 있지요. 다시 말하자면, 에빙하우스는 "ivbxido" 와 같이 랜덤한 문자열을 암기할 때의 상황을 모델링하기 때문에 실제 영어단어 암기의 상황은 에빙하우스 곡선보다 더 호의적일 것입니다. 

 

 

3. 독해력: aldaily.com

사실 GRE에 나오는 글들은 매우 "교양있는" 글들입니다. "교양있는" 에 따옴표를 치는 이유는, 뭔가 작위적이고 실제 입말로 사용하는 영어와 거리가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에서는 수능 독해지문이 "죽은 영어"의 대명사로 취급받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죽은 영어의 원조는 GRE verbal이 아닐까 합니다.ㅋㅋㅋㅋ 어쨌든 GRE verbal에 나오는 독해지문들은 주제도 추상적일뿐더러 문장을 엮어서 문단을 구성하는 방식도 조금 복잡합니다. 따라서 어휘력에 더하여 독해력이 있어야 이런 지문들을 빠르게 처리하고 문제를 잘 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Arts & Letters Daily라는 무료 리소스를 이용해서 '교양있는' 글을 접했습니다. Arts & Letters Daily는 한마디로 생각과 사상의 포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종 교양있는 영어 언론사들(주로 미국이나 영국)의 기사 중에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기사들을 큐레이팅해서 링크를 제공해주는 곳입니다.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s://www.aldaily.com/

 

여기에 있는 기사들은 대체로 당일에는 회원가입 없이 무료로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저는 이 사이트에서 주로 Essays & Opinions 에 나열된 기사 3개 중 아무거나 하나를 찍어서 읽었습니다. 이 부분에 제시된 것들은 사설이나 칼럼입니다. 어떤 것은 재밌었고 어떤 것은 재미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운빨입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저는 Kindle에 있는 (Experimental) web browser를 이용해서 학교에서 집으로 퇴근하는 길에 한편씩 기사를 읽었습니다. 킨들을 사용하면 좋은 점은, 방해를 받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화면 자체도 흑백이고 동영상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오직 글과 그림이 전부입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작은 킨들 화면으로 기사를 읽는 데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들을 바로바로 찾아보지 않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아마도 모르는 단어를 별도로 체크해두었다가 나중에 뜻을 찾아보거나 외우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소소한 즐거움은, 그날 아침에 배운 단어가 저녁의 기사에 나왔을 때였습니다. 

 

4. 마무리

모든 사람들은 백그라운드가 다르고 공부하는 스타일도 제각각입니다. 특히 어휘력 훈련은 매우 지겨운 과정이므로 이 지겨운 걸 어떻게 해나가냐는 각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저는 게임으로 만들어서(gamify)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Anki나 Memrise가 맞았던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흥미를 잃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게임으로 만들기'보다 단어가 실제로 사용되는 충분한 맥락과 부가정보를 통해 단어를 더 잘 외울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Anki나 Memrise를 시도해보는 것보다는 글을 많이 읽으며 거기에서 모르는 단어를 정리하면서 공부하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교육학을 전공하지도 않았고(교직이수할까 해서 교육학개론 수업 들어갔다가 찍먹하고 나옴) 학습이 뭔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절대적인 공부방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제 경험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더 좋은 GRE 학습법이 있다면, 이 글을 보실 것이 아니라 (이미 끝까지 스크롤을 내리셨지만.ㅋㅋㅋ) 그 방법대로 공부하시면 됩니다. 더 좋은 학습법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제가 다시 GRE를 볼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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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un, B. A., & Heo, H. J. (2018). The effect of flipped learning on academic performance as an innovative method for overcoming Ebbinghaus' forgetting curve. Proceedings of the 6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formation and Education Technology. [본문으로]
  2. Chun, B. A., & Heo, H. J. (2018). The effect of flipped learning on academic performance as an innovative method for overcoming Ebbinghaus' forgetting curve. Proceedings of the 6th 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formation and Education Technology. [본문으로]
  3. Anki는 일본어로 "암기"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한국어의 암기와 같은 한자인 暗記를 씁니다. [본문으로]
  4. 물론, GRE 이후 다른 목적으로 anki를 이용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 그 때는 제 스스로 deck을 만들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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