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Allen Becker

똑똑한 건 드러나지 않는데 무식한 건 금세 드러나는 모양이다.

 

 lexical subclassing 세션에서의 발표를 마쳤다.

mfm31 fringe meeting 'sublexica across languages'

 

진짜 그 주제를 몇년째 깊이 파고있는 사람들, 그리고 더 깊이 팔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 앞에서 나의 '깊이'란 보잘것 없더라. 현상 관찰은 되었는데 이론화 형식화가 고민인 나는 그냥 겉핥기만 핥핥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음.

 

세션 사이 쉬는시간에 밖에서 수다떨다가 "어떻게 내 발견을 형식화/이론화할 수 있는지가 가장 고민이라고 했는데," U of Warsaw의 Bartłomiej Czaplicki 교수님이 "Allen Becker 논문" 이런식으로 툭 던지듯 이야기를 했는데, 아니 도대체 그게 뭔데 싶어서 넌지시 계속 묻다가 그냥 gatekeeper grammar 같은 키워드만 던지고 애매한 연도 (그게 2015년이었던가 2017년이었던가) 만 얘기해주었다.

 

도대체 어떤 내가 알지 못하는 연구들을 말씀하시는 것이었을까 생각하며 숙소와서 당장에 검색을 해봤는데 얼굴이 아주 새빨개졌다.

 

이 논문/연구 프레임워크를 지칭한 것이었다.

 

https://becker.phonologist.org/projects/sublexical/allen_becker_sublexical_phonology2014mit.pdf

- Becker, Michael & Maria Gouskova (2013). Source-oriented generalizations as grammar inference in Russian vowel deletion. Ms. lingbuzz/001622.
- https://sublexical.phonologist.org/
- https://ling.auf.net/lingbuzz/002503
- https://doi.org/10.1162/LING_a_00217

 

사실 내 한국어 챕터가 L-Tensification에 천착하기 전에 내 방향은 한자어/고유어/외래어를 이렇게 분석하는 것이었고, 석사때 분명 읽은 논문들이다. 그러나 그냥 망각해버렸던 듯하다. 분명 박나영 2020 등의 선행 연구에서도 인용을 했을텐데도 내 기억에 걸리지 않았단 것은, 내 지능에 문제가 있거나 내가 얼마나 편집증적인지를 말하는 단초인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다.

 

그런데 Bartłomiej Czaplicki, USC의 Canaan Breiss 교수님들한테 허심탄회한 코멘트 들은 것 그 자체는 도파민 뿜뿜이었다. UCLA의 Donka Minkova 교수님도 그날 청중에 계셨는데 오늘 (=세션 다음날) 지나가듯 '너 발표 clear하게 잘하더라?' 말씀해주셔서 진짜 몸둘 바를 몰랐다.

 

여담으로 mfm라는 학회가 아주 으쌰으쌰해주는 분위기인거 같다. 난 이런학회는 진짜 처음이다. 매일이 펍 나이트이고 진짜 왠지모르게 끈끈하다. 서로가 서로를 아는 분위기고 약간 소셜클럽같은 느낌.

 

인싸면 세상 최고의 학회일 것이지만, 나는 극내향이라 에너지 빨리다가 호텔 돌아오는 버스에서 축 늘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틀째인데 벌써 10년은 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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