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죽 만드는 재료 전복 아님. 뒤바뀜을 말하는 전복(顚覆).
나는 L-Tensification (ㄹ경음화)를 예외로 전제하고 모든 과정을 진행했는데, 처음 실험 디자인 할때부터 교수님이랑 미팅할 때 나온 이야기가 바로 "정말 예외가 맞을까?"였다.
선행연구를 정리해서 전반적인 그림을 그려놓고나니, ㄹ뒤에 경음화를 하지 않을 것이 일반상태이다(other things being equal, Tensification is not expected after /L/.) 라는 결론은 그저 자연부류와 형태론적 논증에서 나온 논리적인 추상에 불과했다. 실증적으로 정말 화자들의 언어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을지는 뚜껑을 까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 Prescient하게도 (선구안적으로? 앞을 내다보는 각으로? 우리말로 뭐라해야할지 모르겠음) 교수님은 "ㄹ뒤 경음화가 일반이고, 경음화하지 않는 것이 예외일 수 있지 않을까?" 제안하셨다.
이걸 관측 수 있는 방법은, 즉 ㄹ경음화가 규칙인지 예외인지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단순히 [ㄹ경음화 될 맥락] [ㄹ경음화 안될 맥락] 이렇게 2단계가 아니라 중립상황을 낑겨넣어 3단계로 만들면 된다. [ㄹ경음화 예상 맥락] [중립지대] [ㄹ경음화 안될 맥락] 이렇게 했을 때, 사람들이 중립 맥락에서 경음화를 하나 안하나를 측정하면 된다.
시나리오A: [ㄹ경음화맥락 + 중립] [ㄹ경음화 안됨 맥락]
시나리오B: [ㄹ경음화맥락] [중립 + ㄹ경음화 안됨 맥락]
시나리오A가 (실증적) 사실이라면 ㄹ경음화가 안 되는 게 이상한 것이고, 그것이 예외다. 반면 시나리오B라면, ㄹ경음화가 되는 게 예외다.
실험을 진행하고 첫 통계 모델링 결과가 나왔다. 놀랍게도 시나리오A가 지지받는다. ㄹ 뒤에 경음화를 하는 게 규칙이고, 어떤 특정한 맥락에서 경음화를 안 하는 것이다.
만약 한국어에서 ㄹ뒤에 경음화하는 것이 규칙이라면 대답해야 하는 질문은 이것들이다.
1. (Post-Obstruent Tensification장애음뒤경음화를 전제했을 때) 왜 유독 공명음 중 ㄹ만 경음화를 일반적으로 유발하지?
2. 왜 규칙 적용의 예외가 체계적으로 발생하지? (불도는 [불또]지만 불도저는 *[불또저]가 아니다)
질문1은 다시 왜 어중 장애음 뒤에서 경음화가 무조건이지? 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질문2는 나의 주장으로 답변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음소배열(단어의 모양새)에 따라 경음화가 되어오던 그룹에 있다고 판단되면 경음화를 시키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경음화를 안 시키는 것이다. 혹은 "음소배열"부분을 더 환원시켜서 변태같은 자음조화인지 더 파고들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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