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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주제를 간략하게 표현하기

sleepy_wug 2022. 1. 21. 10:51

어제 문득 한국에 계신 옛 지도교수님께 메일을 보낼 일이 생겼다. 그분은 내가 석사과정때 지도해주셨던 분이지만 졸업이후엔 내 연구주제에 대해서는 소통할 일이 없었다. 교수님과 나의 주제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없었기에, 내가 뭘 연구하는지 두 세 단락으로 간략히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내 연구를 세 단락으로 설명한 것을 조금 수정해서 여기에 공유한다. 

pexels.com 에서 제공받은 royalty free image

새삼 말하기 부끄럽지만 자신의 연구주제를 간단하게 표현하는 것만큼 어렵지만 중요한 것이 없다. 학회나 그냥 모임에서도 한마디로 "나는 뭘 하는 사람이에요"를 간단히 말할 기회가 많다. 특히 TA를 하거나 세미나 수업을 들을 때에는 학기초에 ice-breaking하는 뜻으로 각자 연구분야를 서로에게 간략하게 설명하며 대화를 시작한다. 내 연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다양한 수준에 맞춰서 다르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아래 목록에서 (어쩌고저쩌고)에 들어가는 말들이 다 달라져야 하는것이다.

 

  • 언어학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나는 언어학을 연구합니다. 구체적으로...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은 언어학에 대한 정확하지만 인상적인 소개여야 한다.
  • 언어학 중 음운론이 아닌 다른 것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나는 음운론을 연구합니다. 구체적으로... (어쩌고저쩌고)" 할 때는, 인간의 언어능력/언어직관과 나의 연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소개여야 한다.
  • 마지막으로, 음운론자에게: "나는 lexical phonology를 연구합니다. 구체적으로 (어쩌고저쩌고)"할 때는 내 연구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장황해지거나 지루해지면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연구주제를 간략하게 표현하는 것은 논문을 짜임새있게 쓰는 데에도 쓸모있을 것 같다. 예전에 어떤 선배는 이런 얘길 했다.

 

"정말 좋은 논문은 제목으로 다 말하고, 그걸 조금 자세히 초록으로 쓰고, 그걸 장황하게 본문으로 쓴 것이다"

 

투박하지만 공감한다. 결국 언어학 박사논문은 세계를 설명하는 엄청난 철학적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아니고 아주아주 쪼끄마한 부분을 깊이있게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나의 연구주제에 대해 '음운론을 연구하지만 나랑 다른 주제를 연구하는 분들'에게 설명할 때는, 내가 어제 썼던 메일의 구절이나 구성을 '재활용'하는 것이 편리할 것 같다. 또한, 나 스스로 되돌아보며 지표로 삼기에도 좋을 것 같다.

 

그럼 인용 시작!

(단, 논문 인용부분은 하이퍼링크로 되어있는데, 그건 내가 지금 수정한 것이다. 나는 논문에 하이퍼링크를 넣는 것을 싫어한다. 피싱을 우려해서 나 자신도 메일에 있는 하이퍼링크를 누르지 않고, 그래서 나는 인터넷 주소를 하이퍼링크로 걸기보다는 url을 다 풀어쓰는 것을 선호한다. 아래 본문에 나오는 하이퍼링크는 원래 메일에선 다 url로 풀어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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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의 연구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한자어-고유어-외래어와 같은 한국어 층위 관련입니다. 이것은 오래된 주제이지만, 최근 새로운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Takashi Morita라는 연구자가 2018년 MIT dissertation에서 생성음운론 내지는 Booij의 Morpheme structure constraints적 방법론을 통해, "오직 음소배열에 대한 기계학습만으로 일본어 어휘를 grouping할 수 있고, 결과가 어원에 기반한 grouping과 거의 일치한다"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Morita의 이 연구는 Linguistic Inquiry에 등재되었고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 한국어는 박나영 선생님의 2020년 서울대 박사논문이 "한국어의 한자어와 고유어 어휘군에는 OT적 제약 차이가 존재하고 이 차이는 심리적 실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언어습득 과정에서 어원 정보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지 어휘의 음소배열적 특징과 morphophological process에 대한 참여여부만으로 어종 분류하는 것이 한국어의 언어적 실체에 더 가깝다는 주장을 하려고 합니다. 음소배열은 Morita의 주장처럼 기계학습이 가능하고, 거기에 어휘가 l-tensification (한자어인 "불도"는 예외없이 [불또] 지만, 명백히 한자어가 아닌 "볼도"는 [볼도]), n-insertion (전종호 교수님 논문과 논문 등)과 같은 음운-형태 작용에 대한 관찰을 고려하려고 합니다. 즉, 순수하게 데이터로부터 결론을 얻어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품질'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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