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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빼박 규범주의적인 이유: 소통을 위해서

sleepy_wug 2024. 6. 2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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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요약

"언어학자 너희들도 규범적이야"[링크]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아마도?)

 

 

언어학자 너희들도 규범적이야

0. 요약학부생이 수업 중 던진 질문에 우리 teaching team 모두가 깊은 생각에 빠졌던 일을 공유합니다. 때는 개론 수업 중에 규범주의와 기술주의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언어학은 기술

linguisting.tistory.com

 

우리가 소위 '표준' 언어사용을 서로에게 강조할 때가 있는데 소통을 위해서입니다. 그럴 때에도 규범주의는 '글쓰기'에 한정됩니다.

 

목차

     

    1. 흥미로운 코멘트

    다음 주에 열리는 큰 학회에서 발표하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 과의 P-side 사람들끼리 예행연습을 했다. 학회에서처럼 발표를 하되 아는 사람들끼리 스파링(?)을 해보며 더 수정하거나 보강할 부분을 고민하는 것이다.

     

    포스터/슬라이드 구성부터 문제설정 등 내용적인 부분에 대한 코멘트와 더불어 사용한 문구에 대한 규범주의적인 코멘트들이 좀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언어학자들이 누구보다 더 규범주의적일 순간이 이럴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이 오이, 그건 잘못된 언어사용이라고!

     

    2. 언어가 장벽이 되지 않도록

    요컨대 이런 것들이었다: 포스터에 한정된 공간에 많은 내용을 넣기 위해 btwn 이라든가 w/o, w/, cnxs 등의 약어를 넣는 것이 잘못 되었으며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러한 약어가 단지 북미에서나 쓰일 따름이라는 것.

     

    때로는 마냥 자연스러운 언어사용이 소통의 장벽이 될 수가 있다. 만약 저널에 투고를 받을 때, 북미 일부 대학 상아탑에서만 쓰는 속어를 거르지 않는다면 저자정보를 가리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영어로 출간되는 저널들의 소위 '저널체'의 글은 영어권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더라도 학습해야 하는 부자연스러운 표준이다. 그리고 다른분야도 그렇겠지만 언어학에서도 빡빡하고 규범주의적으로 이 표준을 강제하는 게 자연스럽다.

     

    여기에서 연구언어와 메타언어의 차이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같다. 연구언어는 연구의 대상이 되는 언어이고, 메타언어는 그 연구의 성과를 소통하기 위해 사용되는 언어다. 예컨대 영어의 문장구조에 대해 한국어로 논문을 쓰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이때 영어가 연구언어 한국어가 메타언어가 된다.

     

    "언어학은 언어에 대한 관점에서 기술주의적이지 규범주의적이지 않다"라고 말할 때, 밑줄 친 언어는 반드시 연구언어를 말한다. '영어 문장 구조에 대한 한국어 논문' 예시를 이어가자면, 만약 한국어 논문을 실어주는 저널에서 "솔까말 이거 통계돌렸는데 0909나서 좀 쇼킹." 이런 식으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역시 언어는 그저 존재할 뿐이니 자연스러운 언어의 사용을 통제하려 해선 안 된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렇게 했을 때 한국어를 외국어로 학습한 사람들이나, 그 세대 아닌 다른 세대는 논문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미 주류인 그 세대에게 더 힘을 실어주는 격이니 여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저널의 품격" 등을 이유로 들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아님.

     

    마찬가지로 영어로 출간되는 저널에 투고하는 사람과 이러한 저널을 읽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영어를 제2언어나 외국어로 학습한 사람들이다.

     

    다시 말하자면 소통을 위한 메타 언어로서 강제되는 표준은 명시적으로 합의된 중간지점 같은 것이다. 모두가 학습해야 하는 그 무언가인 듯.

     

    사실, 가장 이상적인 건 에스페란토 같은 걸 쓰는 것이겠지만, 차선책으로 학회마다 메타언어를 지정해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유럽에서 개최되는 컨퍼런스들이 소통용 언어를 명시적으로 지정해놓는다)

     

    3. 다른 흥미로운 관찰

    아무리 생각해도 본선(?)에 앞서 사전 연습을 해보는 것은 참 좋은 것같다. 많은 경우 실제 컨퍼런스 때보다 더 좋은 코멘트를 받기도 한다. 솔직히 학회장에서 처음만났는데 아무말 질문하기는 어려우니까 서로를 이미 알고있기 때문에 아마도 빼는 것 없이 막(?) 코멘트하기 때문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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